[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재보험사 시장이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국내 제2 재보험사 설립 이슈가 다시 고개를 들었기 때문이다. 2002년 이후 재보험사 설립은 5차례나 시도됐지만 사업성 부재로 모두 무산됐다. 이번에는 금융감독원 전 임원과 금융위원회 고위 관료 출신이 모여 주도적으로 설립 추진을 준비 중이다. 예비인가신청이 들어올 경우 금융당국도 법적인 요건만 갖춰진다면 불허할 근거가 없다. 국내 재보험업 진출에 대한 진입장벽은 없다. 그럼에도 국내 제2 재보험사 설립은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자격요건이 충족되고 검증된 재보험사의 국내 시장 진출은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못한 재보험사가 신설될 경우 계약자 보호의 부실화 가능성 있기 때문이다. 또 출재사(재보험 가입자)들은 재무상태가 우량하고 장기적 거래관계가 있는 검증된 재보험사를 선호하므로 신설사는 사업초기에 시장에서 담보력 확보에 실패한 불량물건 위주의 물량 확보로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 특히 소규모 자본의 재보험사는 설립초기에 자연재해 등 대형 보험사고를 겪으면 영업수지 적자 및 대규모 결손으로 조기 시장퇴출이 불가피하다. 이 경우 보험계약자 및 투자자 등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물론, 국내 제2 재보험사 설립이 시장에서 36년간 독보적인 위치를 지켜온 코리안리와 긍정적인 경쟁구도를 만들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코리안리의 지난해 국내 재보험시장 점유율은 60%에 달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쟁을 하다보면 요율이 낮아질 수 있고 출재사를 위한 마케팅이 더 향상될 수 있다"며 "그러나 제2 재보험사 설립은 출재사가 얻게 되는 긍정적인 효과 보다는 새로운 재보험사가 생긴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더 크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제2 재보험사 설립은 긍정적인 경쟁구도를 위해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상징성만을 가지고 접근하기에는 재보험시장이 녹록치 않다. 현재 국내 재보험시장은 6조6000억원 규모다. 그러나 이 중 재보험 필요성이 높은 기업성 일반보험의 비중은 3조5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재보험 필요성 높은 기업성 일반보험의 성장성은 지속적으로 둔화 추세다. 코리안리가 글로벌 시장 개척에 사운을 걸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원종규 코리안리 사장이 최근 기자와 만나 "2050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전체의 80%에 달하는 85조원까지 끌어올려 세계 순위 3위 안에 드는 초일류 재보험사로 가는 길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했다. 제2 재보험사 설립은 이러한 국내 우량 금융회사의 대형화와 글로벌화에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정부는 국내 금융산업의 대형화와 글로벌화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국내 금융회사들이 진정한 글로벌 회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작은 국내 시장에서 나눠먹기식 경쟁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현재 잘하고 있는 경쟁력 있는 대표선수를 지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모든 일에는 시기가 중요하다. 비도 때를 맞춰 내려야 득이 된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금융부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