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에비뉴엘과 영프라자 사이 골목에서 웨스틴조선호텔 방향으로 가다보면 커피전문점 스타벅스가 눈에 띈다. 스타벅스야 서울에만 수 백개의 매장이 있으니 특별할 것이 없지만 유독 조선호텔후문점이 눈길을 끄는 건 낯선 '황금색 간판' 때문이다.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는 별 왕관을 쓴 인어와 녹색 바탕에 영문 흰글자로 쓰인 'STARBUCKS COFFEE' 로고로 유명하다. 스타벅스코리아측의 설명대로라면 '별 왕관을 쓴 인어'는 바다의 신(神)인 '세이렌(Siren)'의 형상을 로고 디자인에 적용한 것이다.'STARBUCKS COFFEE' 로고는 전세계 1만9000여개의 매장에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반면 글로벌 프랜차이즈업체가 조선호텔후문점에만 유독 색깔까지 바꿔 간판을 달리한 건 스타벅스코리아의 '현지화 전략' 때문이다. 스타벅스는 중구 소공로에 조선시대때 소(小)공주가 살았다고 해서 역사적 의미에 대한 배경을 간판에 적용해 전통과 왕가의 품위를 상징하는 의미를 담아 황금색 컨셉으로 간판을 제작했다. 서규억 스타벅스 부장은 "유서 깊은 지역에 역사를 보존하고, 문화를 존중하는 현지화 전략이 차별화된 간판으로 매장을 꾸미게 된 이유 중 하나"라며 "스타벅스가 진출해있는 다른 해외 매장에는 없는 간판이라 외국인 관광객이 조선호텔후문점 간판을 배경으로 사진을 많이 찍곤 한다"고 설명했다.실제로 조선호텔 자리는 조선의 세번째 왕인 태종의 둘째 딸 경정공주(慶貞公主)가 혼인해 살던 것이다. 동네 이름도 백성들이 이곳을 '작은 공주골', 소공주동(小公主洞) 등으로 부른 데서 유래했다.스타벅스의 눈에 띄는 간판은 이외에도 시내 곳곳에 있다. 광화문점과 인사점, 경복궁역점, 안국역점 간판은 영문 대신 한글로 '스타벅스 커피'라고 돼 있다. 특히 2001년 문을 연 인사점은 스타벅스 매장 중 세계 최초로 현지어로 된 간판을 설치했다.역시 한글 간판이 걸려있는 광화문점은 2011년 9월 '서울시 좋은 간판 공모전'에서 장려상을 받기도 했다.스타벅스는 역사문화지구 등 지역 특성을 반영해 이들 지역 매장에는 한글 간판을 달고, 전통 문화요소를 접목해 실내를 꾸몄다. 조선시대 왕이 사용하는 수레와 말, 말의 사육과 방목 등을 맡았던 사복시(司僕寺)터에 있는 이마빌딩점에는 조선시대 말에 대한 전통 자료들이 매장 인테리어에 반영돼 있다. 소공점은 인근 덕수궁과 고종이 하늘에 제의를 올리고 황제 즉위식을 거행하기 위해 세운 환구단 등의 유적을 소개하는 사진과 설명으로 인테리어 돼 있다. 스타벅스는 이런 매장을 꾸미기 위해 목재를 재활용해 간판으로 제작해 친환경 컨셉을 강조하거나 필요한 경우 문화재청의 자문을 받기도 했다.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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