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거침없이 순항하던 국내 블랙박스 시장이 역풍을 맞았다. 상위업체들의 수익성은 악화되고 성장세도 예전만 못하다. 이에 따라 러시아ㆍ일본 등 해외 시장 진출로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7일 팅크웨어(대표 이흥복)는 지난해 매출액 1774억원, 영업이익 1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당기순손실은 27억원으로 적자전환해 사상 첫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블랙박스 시장 확대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꼽혔던 파인디지털 역시 실속없는 장사를 했다. 매출액은 982억원으로 전년(998억원) 대비 1.5% 줄었으며, 영업이익은 105억원에서 80억원으로 24% 줄었다. 블랙박스 업계에서 각각 1ㆍ2위의 규모를 자랑하는 두 업체의 영업이익이 나란히 하락하자 업계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팅크웨어 측은 "경기 불확실로 인해 부실채권을 선반영하고 무형자산을 일시적으로 상각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그보다는 블랙박스 시장의 성장둔화와 출혈경쟁이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내 블랙박스 시장은 2010년 25만대에서 2012년 200만대까지 100% 이상의 성장을 거듭했지만 지난해 시장 규모는 220만~230만대로 15% 성장하는 데 머물렀다. 반면 시장에서 경쟁하는 업체는 50여개, 브랜드는 400여개에 달해 마케팅 경쟁이 치열하다. 배우 장혁ㆍ가수 수지 등을 내세워 광고전을 벌인 다본다ㆍ미동전자통신 등이 대표적이다. 팅크웨어ㆍ파인디지털 등이 홈쇼핑에서 선전했지만 높은 수수료를 감안하면 수익성은 높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블랙박스가 내비게이션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홈쇼핑을 통해 외형 확장에 힘쓰던 노바일렉트로닉스ㆍ하이온콥 등은 시장 성장이 정체되면서 지난 2007년과 2008년 나란히 부도를 맞았다. 내비게이션 몰락의 일등공신으로 꼽히는 스마트폰이 국내에 출시되기 전 벌어진 일이다. 이에 따라 성장둔화를 맞은 국내보다는 아직 가능성이 있는 세계시장에서 승부를 보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현대엠엔소프트는 지난해 말부터 고급 블랙박스로 러시아 시장을 노리기 시작했으며, 코원시스템은 지난해 일본 유명 전자상가인 '요도바시'에 자사의 블랙박스를 공급하는 등 일본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팅크웨어와 다본다, 파인디지털도 올해부터 해외진출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해외 블랙박스 시장 규모는 러시아가 연 200만대, 일본이 80만~100만대, 중국이 240만대로 추산된다. 내비게이션 업계 관계자는 "내비게이션의 경우 지도 업데이트 등의 문제로 해외 진출이 쉽지 않지만 블랙박스는 민감한 부분이 없어 해외진출이 비교적 용이하다"며 "중국산 저가 제품과 차별화된 고급형 제품으로 승부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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