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M&A에 대한 부정적 인식부터 바꿔야

정부가 어제 기업 인수합병(M&A)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토종 사모펀드 등 M&A 매수 주체에 가했던 규제는 완화하고 금융ㆍ세제 혜택을 늘리는 방식이다. 그간 공격적 M&A로부터 기업 경영권을 방어하는 데 초점을 맞춰온 것과 반대 방향이다. 유동성 위기를 겪는 대기업의 계열사 정리 등 구조조정을 돕고 공기업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산 매각에도 도움을 주자는 계산이 엿보인다. 국내 M&A 시장은 선진국에 비해 규모 자체가 작다. 그나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M&A 거래 건수가 줄어드는 등 위축됐다. M&A 시장 침체는 기업의 자율적인 사업구조 재편과 구조조정을 제약하고 중소ㆍ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도 저해했다. 대기업과 공기업의 자산을 헐값에 외국에 넘기는 것보다 토종 사모펀드에 파는 게 낫다는 점에서 적절한 조치다.  우려의 시각도 있다. 투자 이익을 중시하는 사모펀드나 금융사가 M&A 시장을 움직이면 기업사냥의 폐해가 커지고 소액주주들이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사냥의 폐해는 어느 정도 학습했다. 외환은행을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팔았다가 곤욕을 치렀다. SK그룹은 한때 소버린의 적대적 M&A에 노출됐고, KT&G는 기업사냥꾼 칼 아이컨의 덫에 걸리기도 했다. 개별 기업의 경영권 방어를 법과 제도로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 M&A 활성화에 따른 효과와 부작용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구더기가 무서워 장을 못 담그는 구조를 마냥 끌고 갈 수는 없다.  이번 조치로 금융전업그룹과 토종펀드에 대한 M&A 규제는 거의 풀렸다. 차제에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푸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대기업이 성장성과 미래 가치가 있는 중소ㆍ벤처기업을 인수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 미국에선 구글ㆍ애플ㆍ아마존 등이 막강한 자금력으로 실리콘 밸리의 유망 벤처를 사들인다.  M&A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꿀 때다. 창업한 기업을 움켜쥐고 끝까지 가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창업자가 기업을 팔고 싶은 데도 이런저런 제약 때문에 제때 매각하지 못해 기업이 위축된다면 국가적 손실이다. 좋은 임자를 만나 비싸게 팔 수 있다는 것은 창업 의욕을 북돋우는 일이다. '창업-M&A-종자돈으로 다시 창업'하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창업이 활성화되고 경제의 역동성이 높아진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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