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가계부채 1000조원 시대가 시작됐음이 공식 통계로 확인되어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을 되새기게 한다. 한국은행이 어제 발표한 지난해 4분기 가계신용 통계가 그것이다. 금융기관 가계대출에 카드 외상 등 판매신용을 더한 가계신용 총잔액이 지난해 4분기 3개월간 27조7000억원 늘어나 연말에 1021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2005년 초 500조원을 넘은 지 불과 9년 만에 두 배가 됐다. 갓난아이까지 포함한 전 국민이 1인당 평균 2000만원가량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가계부채 규모가 조 단위의 세 자릿수에서 네 자릿수가 된 것은 경제의 건강 상태에 대한 심각한 경고다. 1000조라는 숫자의 상징성 자체가 경제주체들의 심리에 영향을 줄 뿐더러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 경제에 대한 경계심을 고조시킨다. 특히 지난해 부동산시장 부양정책과 전월세 가격 상승이 가계부채 증가를 가속화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그렇잖아도 무디스와 피치 같은 국제 신용평가회사와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과다한 가계부채를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지목해온 터다. 과다한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에 잠재적 위험요인인 데 그치지 않는다. 이미 가계재정 핍박, 내수소비 위축, 자산시장 침체, 경제활력 저하의 원인이 되고 있다. 가계부채 때문에 자칫 우리 경제가 일본식 장기침체에 빠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된 지 오래다. 만약 앞으로도 경제회복이 미미하고 가계소득이 제자리걸음에서 못 벗어나면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가계부채의 부실화가 급진전되어 금융기관 건전성이 타격을 입고 경제 전체에 시스템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 정부는 가계부채 통제에 다시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해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현행보다 5%포인트 인하된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내일 '가계부채 구조개선 촉진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양과 질 두 측면에서 가계부채에 대한 종합적 통제의 고삐를 죄겠다는 뜻이다. 필요한 조치다. 다만 사회안전망이 미흡한 현실에서 빚으로 가계적자를 메꿔온 중ㆍ저소득층을 벼랑 끝에서 떠미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서민 채무자의 형편까지 고려한 섬세한 맞춤형 대책이 요구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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