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창환 대기자] "혁신(革新)이라 쓰고 개선(改善)이라 읽는다."정부의 경제대도약(Quantum Jump)을 위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대한 총평이다. 정부는 기초가 튼튼한 경제(비정상의 정상화), 역동적인 혁신경제(창조경제), 내수수출균형경제(내수기반확충)를 3대 추진전략으로 세웠다. 각론으로 들어가 9대 핵심과제 및 통일시대준비 과제를 제시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구조적인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추락하는 잠재성장률을 4%대로 끌어올림으로써 한국경제 대도약과 국민행복시대를 이끌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정부가 혁신하겠다는 이유는 안팎으로 성장의 덫에 걸린 한국경제의 성장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해서다. 국제경제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등 선진국 주도의 거대경제권 간 경제통합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 같은 수출의존형 중소국가의 입지를 좁히는 요인이다. 안으로는 고령화와 기업가정신의 후퇴, 공공부문의 방만경영, 노동시장 양극화, 진입장벽을 통한 이익추구 등 각종 병폐가 한국경제를 옥죄고 있어 더 이상의 성장이 불가능해졌다고 판단했다. 뱀이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껍질을 벗는 혁신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더 크지 못한다. 그래서 혁신을 선택했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1차관은 "현 추세가 지속되면서 잠재성장률이 더욱 하락하고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 진입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앞으로 3~4년이 우리 경제의 고비여서 반드시 혁신해야 한다는 정부의 위기의식은 적정해 보인다. 그런데 실천이 시작부터 휘청거렸다. 혁신의 우선과제로 꼽은 공공기관 정상화를 한다면서 매일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낸다. 벌써 의구심이 생기고 있다. 정부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노동시장을 개혁하기로 했다. 철도분사를 둘러싼 갈등으로 노정이 한 차례 충돌했다. 수많은 노동현안이 있지만 정부와 노동계는 불통상태다. 대화의 전제인 신뢰회복은 요원하다. 점프를 하려면 기초가 탄탄해야 한다. 정부의 3개 추진전략 중 기초를 만드는 비정상의 정상화부문이 가장 취약하다. 혁은 가죽이다. 껍질이다. 혁신은 껍질을 새롭게 한다는 의미다. 혁신하려면 아프다. 낡았지만 살에 붙어있는 피부를 뜯어내고 새롭게 하려면 보통 각오로는 안 된다. 기득권에 맞서 싸우고 내 살부터 잘라내는 아픔이 없다면 혁신이 아닌 개선이다. 역동적인 혁신경제전략은 정부의 실천방안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부문이다. 창조경제를 통해 한국경제의 성장엔진을 재가동하겠다는 복안이다. 올해부터 3년간 4조원을 '창업-성장(회수)-재도전' 단계별로 쏟아부어 민간 투자 확대를 이끌어내기로 했다. 소득공제 확대와 거래소에서 코스닥시장 분리, 요즈마 펀드 신설, 기술은행 설립, 인수합병(M&A) 활성화 등을 통해 '제2의 벤처 붐'을 유도하고 이를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재벌중심의 수출경제만으로는 더 이상의 성장이 어려우므로 제2의 벤처붐을 일으켜보자는 생각이다. 또 서비스업을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만들기로 했다. 짧은 기간에 많은 과제를 만들다 보니 병행식 정책이 많다. 특별한 우선순위가 눈에 띄지 않는다. 수출도 하고 내수도 하고 식이다. 대기업도 키우고 중소기업도 육성한다. 투자도 늘리고 민간의 수요도 늘리는 식이다. 깨지기 쉬운 성장그릇을 오롯이 지켜가면서 문제도 해결하려는 고충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성장이 한계에 봉착했지만 새로운 패러다임을 과감하게 도입하기를 주저하는 모습도 보인다. 예컨대 내수활성화를 위해 미국과 일본은 오바마와 아베가 직접 나서 기업들의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양극화와 이에 따른 임금소득감소가 경제위기의 근본원인이라는 처방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우리정부는 사교육비, 주거비, 가계부채를 완화하겠다는 식으로 가계소득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수십개의 과제를 제시하다 보니 정책과제 간의 충돌도 생기고 우선순위도 명확치 않아 모호한 정책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했다는 인상도 준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큰 틀은 잘 짜여 있다"면서 "부처 간 협업을 통해 각 과제를 지속적으로 힘 있게 실행하는 게 과제다"며 정부의 실천역량을 강조했다. 세종=최창환 대기자 choiasia@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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