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이정민 기자]매년 주총을 앞두고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큰손' 개인투자자들의 경영참여 시도에 중소ㆍ중견기업 대표들의 경영권이 흔들리고 있다.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농기계 1위 업체인 대동공업을 이끌고 있는 김준식 부회장은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명 '슈퍼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 박영옥 씨가 잇달아 주식을 사들이면서 1대 주주인 김 부회장과의 지분 차이가 5%포인트 내로 줄었기 때문이다. 박 씨는 지난해에도 주총 시즌 소액주주 연대와 손잡고 경영진 교체를 요구하는 등 회사를 흔들었던 전력이 있다.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매출 1000억원대의 초정밀부품 제조기업 케이제이프리텍 역시 주총을 앞두고 뒤숭숭한 분위기다. 지분 7.19%를 보유한 개인투자자 김상호씨가 최근 경영참여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창업주인 홍준기 대표(7.78%)와도 지분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다. 게다가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홍 대표가 아니라 13.74%를 들고 있는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홍 대표는 지난해 이 전 부회장과도 경영권 분쟁을 벌인 바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주주총회를 앞두고 경영참여를 선언하는 것은 자칫하면 '발목잡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2대 주주에 의해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노출된 신일산업이 대표적인 경우다. 신일산업은 직전 신규투자를 위해 140억 규모의 유상증자 추진 방침을 밝혔지만, 적대적 M&A에 노출되면서 유증 성사 여부에 우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경영참여가 결국 사익 추구로 변질되는 경우도 나온다. 지난해 팀스의 개인투자자 김성수씨는 경영참여를 선언하며 소액주주들을 끌어들인 후, 고점에서 지분을 매각해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혀 '먹튀'로 불리기도 했다. 중견기업연합회 관계자는 "지분율을 바탕으로 세를 과시해 배당액을 높이거나 주가상승으로 인한 차익을 노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창업자의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는 많지 않다. 정진교 코스닥협회 본부장은 "기업들이 편하게 쓸 수 있는 확실한 경영권 방어 장치가 별로 없다"며 "대표적인 방어 장치인 황금낙하산의 경우 회사법 교과서에도 소개가 되어 있지만 법률상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황금낙하산은 인수되는 기업 임원이 임기만료 전 사임할 경우 거액의 퇴직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경영권 방어장치가 전무한 상황임에도 최근 관련 정책이 지나치게 사측의 힘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것도 문제다. 대표적인 예가 등기임원과 집행임원을 따로 두는 것을 골자로 하는 '집행임원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제 등이 이번 상법개정안에 포함된 것이다. 정 본부장은 "이번 상법개정안은 기업을 너무 규제하는 측면이 강하다"며 "정부가 조금 더 기업의 입장을 반영한 안을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이정민 기자 ljm101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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