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기관장의 자격 요건을 구체적으로 정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어제 업무보고에서 별도 위원회를 구성해 기관장ㆍ감사 등 직위별로 계량화된 자격기준을 만들겠다고 했다. 업무 관련 경력이 5년이상이어야 후보 자격을 준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정권 초기 내려보낼 낙하산 인사가 거의 마무리된 시점에 내놓은 대책이라서 사후약방문이자 생색내기용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는 어제 기자들과의 질의답변 과정에서 드러났다. 정치인의 경우 관계기관 경력에 상관없이 관련 국회 상임위원회에 있었으면 기관장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군과 경찰 출신은 큰 조직을 운영한 경험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이미 행한 정치인과 검찰ㆍ경찰 출신 낙하산 인사를 정당화하는 요건들이다. 이런 식이라면 낙하산 인사에 대한 면죄부로 악용될 소지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낙하산 인사 근절을 강조했다. 박근혜정부가 진정으로 낙하산 인사 근절 의지가 있다면 집권 초기 엄격한 기준을 만들어 적용했어야 옳았다. 집권한 지 1년이 다 되고 이미 40여명의 낙하산 인사가 이뤄졌다. 여태 뭐하고 있다가 이제야 기준 운운하는가. 그나마 당장도 아니고 상반기 안에 만들겠다니 거듭되는 낙하산 논란에 급조한 느낌이 강하다. 낙하산 인사는 공기업의 방만 경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시급히 추방해야 할 공공의 적이다. 상당수 공기업에서 낙하산으로 내려온 기관장이 출근을 저지하는 노동조합과 암묵적 합의를 통해 과다한 복지 혜택을 주어왔다. 전문성과 경영능력이 부족한 기관장이 엉뚱한 일을 벌이거나 정치권의 무리한 요구를 거부하지 못해 경영을 어렵게 만들기도 했다. 낙하산 인사의 폐해는 지자체도 예외가 아니다. 6ㆍ4 지방선거가 끝나면 지방 공기업에서도 '낙하산 파티'가 벌어질 것이다. 낙하산 근절은 공기업 부실을 예방하는 필수조건이다. 국민 눈높이에 맞춰 주요 경력과 전공의 부합성, 조직관리 능력 등 엄격한 자격요건을 둬 제대로 실행해야 한다. 기준이 마련되면 낙하산 논란 끝에 임명된 공공기관장에 대한 재평가도 이뤄져야 한다. 정부가 솎아내든, 스스로 물러나든 기존 낙하산을 정비해야 뒤늦은 대책이나마 인정받을 것이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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