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정부가 적극 추진해 온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이 좌초 위기에 놓인 가운데 야당인 민주당이 통신사가 휴대폰을 팔지 못하도록 하는 ‘단말기 완전자급제’란 카드를 내놓아 새로운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장병완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OECD 국가 중 3위에 이를 정도로 가계통신비 부담이 높다”면서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추진하고, 데이터요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공와이파이를 늘리는 한편, 투명한 통신비 산정과 요금체계 전면 재검토를 위해 소비자가 참여하는 통신요금검증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특히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대해 장 정책위의장은 “제조사와 통신사가 결탁해 고가의 단말기와 요금제를 강요하는 폐단을 끊어야 한다”면서 “단말기 가격책정을 투명화하고 저렴한 가격을 유도해 가격 거품을 빼겠다”고 강조했다. 제조사는 단말기 공급만 맡고 판매는 유통망 등 대행사가 하며, 이통사는 요금제 등 서비스만 제공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장병완 의원실 측은 “단통법이 제조사의 장려금 투입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 우리는 이를 완전히 분리하겠다는 구상”이라고 설명했다.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이통사가 제조사의 휴대폰을 수급해 요금제 상품과 묶어 판매하는 구조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같은 국내 유통구조가 휴대폰 가격 상승과 보조금 경쟁을 유발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해 왔다. 하지만 전면 분리는 당장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 오랫동안 고착된 유통구조인데다 휴대폰 판매점을 운영하는 중소 사업자들의 생계가 걸린 문제라 수술이 쉽지 않다. 지난 2012년에도 전병원 의원이 단말기 유통과 통신서비스를 분리하는 취지의 법안을 발의했지만, 통신요금 고지서에 휴대폰 할부금을 표시하지 못하게 하자는 내용으로 전면적인 분리를 꾀하자는 것은 아니었다.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나 방송통신위원회도 궁극적으로 단말기 유통과 통신서비스를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다만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고, 그 결과로 나온 것이 단통법이라는 것이다. 최문기 미래부 장관은 “결합 판매를 강제로 금지하는 것은 현실적 대안이 아니다”라면서 “단통법이 시행되면 보조금이나 요금할인을 선택함으로써 각각의 시장이 자연스럽게 분리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이통사 관계자는 “거듭된 보조금 출혈경쟁을 지양하고 이제는 상품·서비스 경쟁으로 가야 한다는 데는 통신사들도 모두 동의한다”면서 “통신업계가 단통법을 지지하는 이유도 지금의 시장구조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전면적인 분리가 통신요금 경감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반론도 나온다. 오히려 대기업 단말기 제조사들의 시장 장악력을 높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가전제품 유통의 상당부분이 대기업 계열 업체들에 의해 이뤄진다”면서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것은 경쟁인데, 제조사도 사실상 독점 구도인 상황에서 통신사가 휴대폰을 못 팔게 하는 것만으로 단말기 가격이 떨어지겠느냐”고 반문했다.다른 관계자는 "큰 관점에서 보면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가계통신비 경감 방안과 다를 게 없다"면서 "제조사 반대로 진통을 겪은 단통법이 또 소모적인 논란 속에서 산으로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장병완 의원실 측은 “완전자급제는 당장 법안 등을 통해 추진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의 목표이며, 민주당의 민생정치 실현 정책 차원에서 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통신요금 검증위원회 설치 역시 요금인가제 폐지와 관련해 독점구조인 통신3사 간 경쟁을 유도하고 암묵적 담합 등을 예방하기 위한 보완책이 필요한 만큼, 장기적 접근법을 모색하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김영식 기자 gra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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