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산가족 상봉, 남은 시간 많지 않다

60년을 기다렸다. 빛바랜 사진을 찾아 손에 들었다. 얼마나 변했을까, 알아 볼 수는 있을까. 꿈에도 잊지 못한 혈육을 만나러 설레는 가슴을 안고 눈 덮인 금강산을 찾았다.  2010년 10월을 마지막으로 중단됐던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3년4개월 만에 재개됐다. 남측 상봉 신청자 82명과 동반가족 58명은 오늘 오전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배웅을 받으며 속초를 출발, 육로로 4시간 만에 금강산호텔에 도착해 2박3일의 일정에 들어갔다. 23일부터는 북측 이산상봉 신청자들과 남측 가족의 2차 상봉이 이뤄진다.  상봉단은 80, 90대 고령자가 대부분이지만 생전에 혈육을 만나보겠다는 열망은 뜨거웠다. 갑작스런 감기로 수액을 맞으며 응급차에 실려 온 90대 할아버지, 다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불편한 몸을 이끌고 상봉단에 합류한 70대 할아버지, 10년 전 타계한 아버지의 유언장을 품고 북녘의 언니를 만나기 위해 상봉길에 오른 할머니. 그들의 애절한 사연은 주위를 숙연케 했다.  안타까운 것은 세상을 떠나는 상봉 신청자들은 갈수록 늘고 있으나 상봉은 어렵고 이뤄진다 해도 소수에 그친다는 점이다. 지난해 9월에 확정됐던 상봉 대상자는 남측 96명, 북측 100명이었으나 이번에는 남측 82명과 북측 88명으로 줄었다. 이번에도 당초 83명이었으나 행사 하루 전 건강악화로 1명은 포기했다.  이산가족의 한을 풀어 주기 위해 남아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7만여명의 이산가족 중에서 80% 이상이 80대 이상 고령자다. 상봉에서도 이미 돌아가신 부모님 대신 이복형제나 조카를 만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산상봉을 일회성 이벤트 행사로 치르면 안 되는 이유다. 상시화 또는 정례화해 보다 많은 가족이 빠른 시일 안에 상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인륜을 따르는 것임을 남북 당국은 명심해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할 일은 전면적인 생사ㆍ주소 확인 작업과 서신 교환이다. 최근 남북관계에 변화의 기미가 보이는 것은 다행이다. 얼마 전에 열린 고위급 회담이 그 것이다. 상대방 의중을 확실하게 알았다는 말도 나왔다. 이번 이산상봉이 대화를 이어 신뢰를 쌓는 계기가 되고, 이산상봉 정례화를 포함해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녹이는 시발점이 되기 바란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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