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오늘 영동지방에 다시 눈이 내린다고 한다.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는 눈 폭탄에 주민들은 이제 두 손을 들었다. 주민 불편과 피해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집 안에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산골에선 몇 개 남지 않은 라면으로 구호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말 그대로 '고립무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서울 극장가에선 '겨울왕국'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주인공 '엘사'가 곳곳에 얼음을 쏘아대며 "렛 잇 고(Let it go)"를 외치는 장면에 관객은 열광한다. 이런 세간의 인심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왠지 모르게 입맛이 개운찮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여의도 증권가의 사정도 비슷하다. 금융시장 선진화에 대해 모두가 공감하면서도 한켠에선 파생시장 경쟁력을 퇴보시키는 일련의 조치들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산하 조세개혁소위는 파생상품 양도차익에 세금을 부과하기로 합의했다. 당초 정부가 금융소득과세 방안으로 추진했던 거래세 부과에서 한발 물러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가뜩이나 위축된 파생시장을 생각하면 어떻게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 의구심마저 들 정도다. 오는 4월 임시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이는 새 법안은 이미 구체적인 틀까지 마련된 듯하다.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이 발의한 안은 양도소득세율을 10%로 정하고 연간 250만원까지의 양도소득금액은 기본공제를 두도록 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시장 위축 속도가 전에 없이 빨라질 것이라며 재고를 촉구하고 있다. 모 대형증권사 임원은 "국내 파생시장 규모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분의 1로 쪼그라들었고 수익성도 뚝뚝 떨어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 자본 이득세를 걷겠다면 누가 거래에 참여하려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세계 주요국은 파생시장을 육성하면서 선진 금융기법을 다듬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만 정반대 조치에 나서고 있다"며 "참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소연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파생상품 시장에서 하루 평균 거래량은 2005년 한국거래소(KRX) 설립 이후 처음으로 300만 계약 아래로 떨어졌다. 월별 파생상품 거래량은 2005년부터 2012년 5월까지 1000만 계약 이상을 유지했다. 하지만 주식시장 부진과 금융당국의 시장 규제 조치가 복합 작용하면서 극도로 얼어붙은 것이다.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코스피200옵션 거래승수 인상, 주식워런트증권(ELW) 유동성공급자(LP)의 호가범위 제한 등 금융당국의 잇따른 '규제 폭탄'이 직격탄을 날렸다. 이런 가운데 이번 과세 움직임은 시장의 존폐마저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탄소배출권, 금 등 현물시장 활성화 등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지 않으면서 파생시장을 발전시켜날 수 있는 방법은 많다고 본다"며 "정부와 국회가 귀를 열고 업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자세가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초저금리 고령화 시대다. 수명이 길어졌다는 사실은 큰 축복이나 동시에 사회와 개인에게는 더 많은 준비를 요구하기도 한다. 부동산가격은 예전만큼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고, 낮은 금리로 예금만으로는 대비할 수 없다. 새로운 대체수단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자본 승수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파생상품 시장을 위축시키는 일련의 조치는 쉽게 납득이 안된다. 조태진 기자 tjj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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