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을 비롯한 공공기관의 대표나 임원에 대한 낙하산 인사가 한도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다. 어제는 한국전력이 새누리당 출신의 이강희ㆍ조전혁 전 국회의원과 최교일 전 서울중앙지검장을 사외이사 후보로 선임했다고 공시했다. 셋 다 전력이나 에너지 분야 경력이 전혀 없는 비전문가다. 정부의 추천권 행사를 통한 낙하산 인사임이 분명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어제 취임한 강영일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도 국토교통부 출신으로 정부의 추천에 따라 낙하산으로 선임됐다. 그저께는 예금보험공사와 주택금융공사가 각각 새누리당 지구당 출신과 감사원 출신의 금융 분야 비경력자를 감사에 선임했다. 지난 연말 임명된 안홍철 한국투자공사 사장은 대선 때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일하면서 트위터를 통해 야당 후보들을 비방한 사실이 드러나 야당으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박근혜정부 출범 후 그때까지 선임된 공공기관장 78명 중 34명(45%)이 낙하산 인사에 해당한다는 야당 측 조사결과가 나온 바 있다. 최근 한 언론 집계에 따르면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지난해 11월 "파티는 끝났다"며 공기업 개혁을 선언한 뒤로 두 달 간 새로 임명된 공기업 임원 중 38%가 새누리당 출신 정치인이라고 한다. 정치인이나 관료 출신이라고 해서 공공기관의 대표나 임원이 되지 말란 법은 없다. 그러나 관련 분야 전문성이 전혀 또는 거의 없는 사람이 정치적 인맥이나 관료적 연줄을 타고 공공기관 경영진에 끼어드는 경우가 많아서 문제다. 공공기관 개혁을 소리 높여 외쳐온 현 정부도 역대 여러 정부들과 마찬가지로 낙하산 인사를 직접 하거나 그 뒷배가 되고 있다. 대단히 실망스러운 자가당착의 모습이다. 후보 시절부터 여러 차례 '낙하산 인사 근절'을 약속한 박근혜 대통령은 그간 빈말을 한 것인가. 공공기관의 방만한 경영과 재무적 부실화의 주된 원인으로 지적돼온 낙하산 인사를 주도하거나 방치하면서 공공기관 개혁이나 구조조정을 아무리 이야기해 봐야 말짱 헛일이다. 공공기관 직원 복지급여를 삭감하는 것보다 비전문가 낙하산 인사를 막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고 시급하다. 공공기관 경영진 선임에 대한 법률적 기준과 절차를 전면 재정비하여 낙하산 인사를 원천봉쇄해야 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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