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앤비전]혐오시설서 자연학습장된 자원순환센터

님비(Nimby)현상 극복 위해 친환경 주민휴식공간으로 재탄생시켜

'님비'(Nimby)현상이란 쉽게 말하면 혐오시설에 대한 지역주민의 반발을 말한다. 즉, 장례식장, 장애인 지원시설, 쓰레기매립지 같은 시설 필요성은 동의하면서도 자기 거주지 근처에 생기는 것은 반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반드시 주변에 있어야 할 필요시설인 경우도 있다. 쓰레기처리장이 가장 대표적인 예다.

조길형 영등포구청장

영등포구 자원순환센터는 이런 님비 시설을 친환경 시설로 변모시켜 혐오시설이라는 인식을 바꾸고 더 나아가 새로운 여가공간으로 탈바꿈 시킨 성공적인 예다. 양화동에 위치하며 총 면적이 2만4435㎡(약 7400평)에 달하는 이 곳에서는 음식물쓰레기와 재활용품을 수거, 분류하고 처리 업체와 소각장에 보낸다. 또 폐기물 적환장으로서 폐기물 순환처리에 중간 역할을 하고 있다. 일일 환적 처리량은 293t으며 연간 9만톤 폐기물을 환적처리하고 있다. 자원순환센터는 용도폐기로 10년 넘게 흉물로 남아있던 부천 취수장 건물을 양여받은 것이다. 그러나 쾌적한 주거환경 조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원순환센터도 초기에는 낡은 회색빛 외관에 널부러진 재활용 쓰레기들, 그리고 바람을 타고 전해지는 악취로 인해 여전히 사람들에겐 혐오시설이었다. 영등포구는 정공법을 택했다. 눈에 띄지 않게 숨기기 보다는 ‘친환경 시설’로 변모시켜 이미지를 쇄신하고 주민들이 즐겨 찾는 시설로 재탄생 시키는 방법을 택했다. 2010년8월 ‘쓰레기 적환장’을 자원의 친환경적 선순환의 의미를 가진 ‘자원순환센터’로 명칭 변경한 것을 시작으로 이듬해 300여 명의 환경미화원을 위해 버려진 공간을 활용, 휴게실 체력단련장 식당 샤워실 등을 조성했다. 내부적인 업무환경 개선을 통한 사기진작이 가장 시급한 일이라 판단해 리모델링을 추진한 결과다. 2012년에는 책 2000권을 기증받아 북카페를 개설하고 주민에게도 개방했다. 또 뒤편 500여 평 공터에 66이랑의 도심형 텃밭과 함께 사육장, 생태연못, 정자 등 자연환경에 가까운 편의시설을 조성하고 주민과 어르신, 유아를 위한 단체에게 무상 분양했다. 직접 작물을 심고 키우는 경험을 통해 노년층에겐 옛 추억을 선물하고 어린이에게는 자연체험과 환경 중요성을, 그리고 모두에겐 가족간, 세대간, 이웃간 소통의 장을 제공하기 위함이었다. 매 주말이면 정자에서 음식들을 나눠 맛보며 가족들이, 이웃들이 이야기 꽃을 피웠다. 이렇게 찾아오는 주민이 일년에 5000여 명을 넘어서면서 쓰레기처리장에 대한 막연한 혐오감도 점점 사라져갔다.어린이집과 유치원생을 위해 80㎡ 면적에 장난감 교실도 마련했다. 50여 종 200여 개 다양한 장난감은 물론 빔 프로젝트와 음향시설도 설치해 시청각 수업도 가능토록 했다. 지끔까지 2000여 명 넘는 아이들이 다녀가면서 자원순환센터가 자연학습장 혹은 놀이공간이라고 자연스레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직원들에게도 자원순환센터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한다. 매년 초 업무보고회를 개최하면서 센터 내의 모든 시설과 변모한 모습을 전 직원이 볼 수 있도록 생중계 한다. 전 직원이 직급에 상관없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는 ‘보통(步通)의 날’ 행사를 매번 여기서 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현재도 영등포구의 자원순환센터는 진화중이다. 연면적 4345㎡에 달하는 재활용 선별장이 들어선다. 총 39억 여원의 사업비를 투입, 3월 초 준공예정이다. 대강당, 재활용견학장, 전시홀을 조성하고 지하층은 12면의 탁구장을 조성해 주민 누구나가 즐길 수 있는 열린 체육시설로 꾸민다. 특히 재활용견학장은 청소년과 유아들이 실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캔이나 플라스틱 용기 등이 어떻게 재활용 되는지를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가면서 자원 절약과 환경의 중요성을 깨닫는 현장교육의 장이 될 것이다. 리모델링 되는 재활용선별장은 작업 효율성은 물론 수익과 일자리 창출효과도 얻는 ‘일석삼조’를 꾀한다. 선별한 재활용품을 판매해 9억여원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영등포구 주민 20명 이상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혐오시설에 대한 거부감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그 것이 부득이하게 존재해야 하는 시설이라면 환경과 어우러지며 상생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재활용쓰레기 처리장을 ‘친환경’ 시설로 변모시키고 더 나아가 주민 휴식과 여가활용 공간으로 만들어낸 영등포구의 자원순환센터는 님비(Nimby)를 핌피(Pimfy,)로 만든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조길형 영등포구청장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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