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공유' 쇼로 그칠까·애플만 압박할까·특허판 확 바꿀까

삼총사의 '3총쏴' 시나리오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권해영 기자] '새로운 트렌드' VS '단순한 쇼' 삼성, 구글, 시스코가 맺은 '삼각 특허동맹(크로스 라이선스)'의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번 특허동맹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등 업계의 대표 주자들이 맺은 것이라 더욱 파급력이 있다. 이번 특허 동맹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은 엇갈린다. 소모적인 특허 전쟁에서 벗어나 새로운 트렌드가 될 것으로 보는 이들이 있는 반면, 일시적인 보여주기에 그칠 수 있어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라는 지적도 있다. ◆특허동맹은 새로운 업계 트렌드= 특허 동맹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은 "전자 업계에 새 바람이 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각 업체가 상대적으로 약한 기술력을 보강하고, 글로벌 전자 업계에서 무차별적인 특허 소송 남발이 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문송천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삼성전자, 구글, 시스코의 삼각동맹은 소프트웨어(SW), 사물인터넷 시대를 대비해 관련 기술력이 높은 기업들과 연합전선을 형성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정보기술(IT) 업계가 요동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시장을 주도하는 핵심 기업들과 협력, 이들의 기술력을 자사 기술과 결합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구글은 스마트폰 운영체제(OS) 등과 같은 SW, 시스코는 사물인터넷 관련 특허와 기술을 다량으로 보유하고 있다. SW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고 스마트홈, 스마트카 등 모든 기기를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사물인터넷 시대가 다가오면서 삼성전자와 구글, 시스코의 연합은 향후 업계 트렌드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글로벌 기업간 특허전을 차단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정동준 수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는 "삼성전자, 애플과의 특허전으로 양사 모두 전력 소모가 컸고, 특허 괴물들의 공격이 잇따르고 있다"며 "삼성전자, 구글, 시스코의 연합으로 삼성전자는 사내 역량을 기술 혁신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구글의 SW 특허가 삼성전자에 대한 소송을 막을 수 있는 기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삼성전자, 구글급 기업이 전격적인 특허 공유에 협력하기로 한 사례는 전에 없었다"며 "업계 전반이 소모적인 경쟁을 끝내고 협력과 공유의 시대를 여는 시발점이 될 수 있고 삼성전자가 이를 선도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상당하다"고 평가했다.◆일시적 쇼…근본적인 해결책 못 돼= 특허 동맹이 일종의 '보여주기'로 그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특히 법조계에서는 특허공유의 범위와 조건, 즉 특허공유의 '질(Quality)'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경환 법률사무소 민후 변호사는 "삼성이 특허공유를 했다는 사실을 공개했지만 중요한 것은 퀄리티"라며 "어느 정도 영양가 있는 계약을 했는지가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진이 코리아나 변리사 역시 "서로 다른 분야의 업체가 손을 잡는다는 의미 자체는 좋다"면서도 "공유를 했을 경우 로열티를 깎아주는 정도에 그치는지, 일부의 경우 무료인지 등 세부적인 계약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지훈 명지병원 IT융합연구소장 겸 교수 역시 "특허공유가 이번에 처음 이뤄진 것이 아니라, 이전부터 계속 해 왔던 것이라는 점을 잘 해석해야 한다"며 "단말기나 이동통신네트워크가 아닌, 서비스 융합분야에 대해 특허공유를 했는지 봐야 한다"고 전했다. 특허공유가 한시적 동맹전략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안드로이드 체제가 연합군을 구축한 데에는 의미가 있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현재 안드로이드 체계를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동맹을 맺었지만, 결국 본인들만의 기술이 나오기 전 준비 단계로 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중소기업들은 자신들이 특허공유 시장에 끼어들 틈이 사라지고 있다며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중소ㆍ중견기업 관계자는 "삼성이나 LG 등에 독자적으로 납품하기 위해 특허를 따 놓는 경우가 많다"며 "주도적으로 납품하다 대기업에 특허를 팔고 큰 돈을 버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공격형 특허보다는 방어형 특허를 획득하는 상황에서, 국내 시장에서 특허공유가 활발해지기는 힘들다는 설명이다. 또다른 관계자 역시 "실질적인 특허괴물 대항책이라기보다는 대형 업체들이 연합군을 형성했다는 상징적인 의미"라며 "중소ㆍ중견기업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기술 발전에 제약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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