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완[사진=정재훈 기자]
프로야구가 담금질을 시작했다. 15일 전 구단이 해외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최근 그 성격은 조금 달라졌다. 단순히 몸을 만드는데 그치지 않는다. 포지션 중복 문제를 해결하고 선발, 마무리, 중간계투 등의 보직을 정리한다. 치열한 경쟁의 장이 펼쳐진 셈. 한 자리만큼은 예외다. 포수다. 유독 경쟁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기존 주전과 백업들은 그저 시즌을 잘 준비하는데 몰두한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팀에서 주전 포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투수와의 볼 배합, 경기운영, 사인 교환, 더그아웃과의 소통 등을 모두 담당해 신예가 자리를 노리기 어렵다. 물론 한 번 주전을 꿰차면 약 10년 동안 안방을 맡을 수 있다. 야구에서 포수는 매우 중요하다. 연봉협상에서 다른 포지션에 비해 고과 여지가 많을 정도다. 트레이드되는 일도 거의 없다. 팀의 전체적인 전력과 투수들의 장단점을 모두 꿰고 있어 가능하면 계속 안고 간다. 그러다보니 포수의 선수 수명은 다른 포지션에 비해 길다. 심각한 포수 기근을 겪는 한국 프로야구에선 더욱 그렇다. 빼어난 재능의 아마추어 선수들이나 야구에 입문하는 어린이들이 단순히 힘들다는 이유로 마스크를 외면하고 있다. 대부분은 투수나 유격수를 선호한다. 프로에서 가장 자리를 잡기 힘든 포지션이다. 사실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글쓴이가 미국 애리조나로 전지훈련을 갔을 때다.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지는 5~7개의 야구장 면을 갖췄다. 그럼에도 2월 중순이면 야구장이 모자란다. 메이저리거와 마이너리거들이 한꺼번에 몰려든다. 그 무렵 한국 프로 구단들이 일본이나 대만으로 이동하는 건 이 때문이다. 그 시기 오전 훈련을 마치고 점심을 먹으러 가는데 야구장 3면에서 훈련하는 선수들이 눈에 들어왔다. 모두 홈 플레이트에서 좌측 폴대까지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며 계속 공을 던졌다. 어림잡아 200명이었다. 메이저리그 코치에게 물었다. “왜 다들 캐치볼만 하나.” 돌아온 답은 충격적이었다. “전부 투수야.” 메이저리그에 등록되는 투수는 11명 정도. 그 대열에 합류하려고 200여명이 경쟁을 벌이고 있던 것이었다. 경쟁에서 밀리는 선수는 이름도 남기지 못한 채 사라진다. 포수는 조금 다르다. 붙박이 주전이 있어도 부상을 대비한 백업으로 2명 정도가 필요하다. 효과적인 마이너리그 운영을 위해 다방면에서 중용되기도 하다.
강민호[사진=정재훈 기자]
다시 우리의 현실을 들여다보자. 아마추어 유망주들은 대부분 박찬호나 류현진을 보면서 꿈을 키운다. 모두 성공할 수는 없다. 가능성도 매우 낮다. 중요한 건 자신의 기량에 맞는 포지션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다재다능한 선수들에게 포수는 꽤 매력적일 수 있다. 프로야구에서의 성공과 명예, 경제력까지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다. 호르헤 포사다는 뉴욕 양키스의 레전드 포수다. 아마추어 시절 다른 포지션을 하고 싶었으나 아버지의 권유로 마스크를 썼다. 시간이 흘러 그는 세계 최고의 구단에서 안방마님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포수는 누가 봐도 고생하는 자리다. 그렇다. 성공에는 지름길이 없다. 하지만 현명한 판단으로 그 가능성을 높일 수는 있다. 한국의 포사다가 등장하길 기대해본다. 마해영 XTM 프로야구 해설위원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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