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응답하다, 주택시장…'부동산의 봄' 임박 징후

테마 르포, 규제 완화 법안 통과 후 부동산 현장은 지금

강남, 재개발·재건축 단지 호가 1000만~3000만원 급등강북, 생애 최초 주택 구입 지원 확대 힘입어 문의 증가분당, 수직증축 리모델링 수혜…집주인들 매물 회수

각종 부동산 규제가 완화된 이후 실수요자들이 매매에 나서면서 아파트 호가가 오르고 계약이 이뤄지는 등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 일대 전경.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박소연 기자, 이민찬 기자] "전셋값이 워낙 많이 올랐고 각종 규제들이 완화되면서 봄 이사철을 앞두고 실수요자들이 움직이고 있다. 아직 매수세가 따라붙지는 못하고 있지만 문의전화를 통해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는 게 느껴진다."(서울 잠실동 P공인)"그동안 정부가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등을 한시적으로 감면하면서 일시적 거래절벽과 매매지연 현상이 나타났다. 이 같은 불확실성이 대부분 제거되고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한 지원이 커지면서 집을 사려고 고민하던 사람들이 매매에 나서고 있다."(서울 노원구 D공인) 꽁꽁 얼어붙었던 부동산 시장에 규제완화발(發) 훈풍이 불고 있다. 취득세 영구 인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 등 부동산 과열기에 만들어진 규제들이 완화되면서 숨죽였던 매수심리가 살아나고 있는 모습이다.지난 주말 찾은 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매수 문의로 바쁘게 돌아갔다. 지역마다 온도 차는 있었지만 대부분의 지역에서 부동산 거래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실제 매매로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눈에 띄었다. 특히 규제완화 최대 수혜지로 꼽히는 강남 재개발·재건축 단지와 수직증축 리모델링 수혜단지는 실수요자뿐 아니라 투자자들까지 몰리면서 일부 지역의 경우 수천만원 이상 호가가 올랐다. 1만2000가구 규모로 강남권 최대 재건축 단지인 강남구 개포주공아파트 일대가 대표적이다.개포동 B공인 대표는 "9억원 후반대에 집을 내놨던 개포주공 2단지 전용 72㎡는 새해 들어 집주인이 호가를 1000만원 올렸다"면서 "일부 집주인들은 2년 전 수준인 10억원까지 호가를 올리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래도 문의가 꾸준히 오고 계약으로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신규 아파트 시장은 더욱 후끈하다. 지난해 12월 최고 42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던 반포동 '대림 아크로리버 파크'는 이미 5000여만원의 웃돈이 붙는 등 투자 열기가 뜨겁다. 지난해 6월 전매제한이 풀린 서울 자곡동 래미안 강남힐즈는 대모산 자락 바로 밑 입지가 좋은 곳의 경우 전용 91㎡가 8000여만원의 웃돈이 붙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의 최대 수혜지역으로 꼽히는 성남 분당도 문의전화가 이어지고 있다. 분당구 L공인 관계자는 "지난해 4월 대책이 발표된 이후 법안까지 통과되면서 올랐던 호가가 시세가 되고 있다"면서 "리모델링 추진 속도가 빠른 정자동 느티마을 공무원아파트 59㎡는 호가가 4억5000만원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이 단지는 지난해 4분기 3억7000만~4억원 선에서 거래가 이뤄졌다.지난해 수직증축 리모델링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현재 정부는 하위 법령을 마련하고 있다. 이 과정을 거쳐 오는 4월 법안이 본격 시행되면 호가는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분당 야탑동 M공인 관계자는 "실제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집주인들도 실감을 하고 있다"면서 "오는 4월 이후 사업 추진 속도에 따라 이 같은 흐름이 지속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아파트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돼 있는 강북 일대는 생애최초 주택구입자를 비롯한 실수요자들이 움직이면서 호가가 오르고 있다. 공유형모기지 등 정부가 지난해부터 생애 처음으로 집을 사는 사람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면서 전세난에 지친 실수요자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달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용 모기지 대출이 사상 최대 규모인 2조5864억원(2만5863건)을 기록했다. 중계역과 맞닿아 있는 건영2차 전용 75㎡의 호가는 지난주 3억2000만원에서 3억2500만원으로 500만원 오르는 등 중계그린, 중계무지개 등도 모두 오른 호가에 다시 나왔다. 이 일대는 시세가 높지 않기 때문에 호가를 조금만 올려도 매매가 어려워질 수 있지만 집주인들이 가격 조정에 나선 것이다.서울 서부권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서울 도심과 접근성이 좋아 실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는 마포구의 B공인 대표는 "집을 사려고 찾아오는 손님 2명 중 1명은 처음으로 집을 매매하는 사람들"이라며 "아직 전세 수요가 많기는 하지만 이제는 집을 사도 크게 손해는 안 볼 것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귀띔했다.설 연휴가 끝난 뒤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와 취득세 영구 인하 등 규제 완화를 등에 업고 세입자들이 매매에 관심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도 이어졌다. 신금호역 인근 C공인 대표는 "(전셋값이)오를 만큼 오른 상태에서 더 이상 세 부담을 지기 싫은 세입자들이 내 집 마련에 대거 나설 수도 있다"며 "전셋값이 크게 꺾이지 않는 이상 매매로의 전환은 예측 가능하다"고 말했다.이처럼 연초부터 부동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거래량도 증가하고 있다. 서울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0일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460건으로 지난해 1월 한 달 거래량(1134건)을 이미 넘어섰다. 지난해 거래된 물량을 뒤늦게 신고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 해도 1월 들어 거래량 분명히 늘고 있다는 게 현장의 평가다.부동산 시장의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경매시장도 분위기가 뜨겁다. 경매정보업체 부동산태인의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올 들어 진행된 전국 아파트 경매 결과(10일 기준) 평균 낙찰가율이 84.08%를 기록하며 '4·1대책'과 '8·28대책' 등으로 연중 상승세를 보였던 지난해 평균(80.25%)보다 3.83%포인트 상승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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