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재무구조 부실 기업집단의 하나로 꼽혀온 현대그룹이 어제 자구계획을 내놓았다. 현대증권ㆍ현대자산운용ㆍ현대저축은행 등 금융계열 3사를 매각하는 등 비핵심 자산을 팔아 3조3000억원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금융계열사 외에 서울 남산의 반얀트리 호텔과 현대상선의 부산 컨테이너 야적장 등 국내외 부동산과 보유 선박 중 일부도 매각하기로 했다. 현대그룹의 이런 자구계획은 유동성 확보 외에 사업구조 재편까지 의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업종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대신 사업 포트폴리오를 해운(현대상선), 물류(현대로지스틱스), 산업기계(현대엘리베이터), 대북사업(현대아산) 등 4부문으로 압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고강도 재무구조 개선 대책이다. 자산매각이 채권금융단과의 협의 아래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기만 한다면 현대그룹은 유동성 위기 우려를 떨쳐낼 수 있으리라고 기대된다. 이로써 그동안 시장에서 유동성 위기 고위험 대기업집단으로 지목됐던 4개 그룹 중 3개가 구조조정에 들어간 셈이 됐다. 현대그룹에 앞서 동부그룹은 지난달, 한진그룹은 지난주 각각 자산매각을 중심으로 한 자구계획을 발표했다. 아직 자구계획을 내놓지 않은 두산그룹은 자산매각보다는 자산재평가를 통한 재평가차익 자본전입과 유상증자 등을 통해 부채비율을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이후 STXㆍ동양ㆍ웅진ㆍLIG 등이 유동성 위기에 제때 충분히 대응하지 못해 부도를 내거나 법정관리ㆍ채권단관리에 들어간 바 있다. 최근 재무구조가 취약한 그룹들의 자구노력은 상대적으로 발 빠르고 내용도 충실한 편이다. 그러나 시장여건상 자산매각 등이 쉽지만은 않아 자구노력의 효과를 장담할 수는 없는 형편이다. 게다가 금주 중 채권단이 지원결의를 해주지 않으면 법정관리 신청이 불가피해 보이는 쌍용건설을 비롯해 유동성 압박을 받는 기업이 아직 다수 남아있다. 금융위원회ㆍ금융감독원ㆍ산업은행은 '기업구조조정 실무회의'를 만들어 지난주 말부터 가동했다. 기업 구조조정에 관한 실무형 컨트롤타워가 금융감독 당국에 설치된 셈이다. 여기서 가망 없는 부실기업은 신속하게 솎아내되,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은 더욱 신속하게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