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연봉 협상, 왜 자꾸 주목받나

박병호[사진=정재훈 기자]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그야말로 일사천리다. 통 큰 제안으로 간판급 선수들과의 연봉 협상을 가볍게 매듭졌다. 프로야구 넥센의 스토브리그다. 넥센은 10일 오전 목동 구단 사무실에서 박병호와 올해 2억2천만원에서 2억8천만원 인상된 5억원에 연봉 협상을 맺었다. 127.3%의 높은 인상률은 충분히 예견된 결과다. 올 시즌 4번 타자로 전 경기에 출장, 팀의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견인했다. 홈런, 타점, 득점, 장타율 등 4개 부문 타이틀을 거머쥐며 명실 공히 프로야구 최고의 타자로 우뚝 섰다. 발 빠르고 화끈한 넥센의 화답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지난 4일 강정호와 1억2천만원 오른 4억2천만원에 연봉 협상을 마무리했고, 6일 김민성에게 9500만원 인상된 1억8천만원을 안겨줬다. 9일에는 올 시즌 46세이브로 이 부문 타이틀을 거머쥔 손승락과 1억7천만원 오른 4억3천만원에 협상 테이블을 정리했다. 박병호 포함 4명의 선수에게만 무려 15억3천만원을 썼다. 모든 구단이 놀랄 정도로 통 큰 행보다. 신인, 자유계약선수(FA), 신고, 군 입대, 외국인을 제외한 넥센 선수들의 총 연봉은 2011년만 해도 32억4000만원에 불과했다. 이번 4명의 선수들에게 돌아간 금액의 약 2배다. 이듬해 총 연봉은 더 낮았다. 전년도 리그 꼴찌(51승2무80패)의 영향 탓에 28억65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그렇다고 지출이 적었던 건 아니다. 외부 선수 영입에 많은 돈을 썼다. 4년간 계약금 16억원, 연봉 7억원 등 총액 50억원에 이택근과 FA 계약을 체결했고, 계약금 10억원 연봉 5억원 등 총액 16억원에 일본에서 뛰던 김병현을 데려왔다. 다양한 전력 보강과 함께 넥센은 그해 6위(61승3무69패)를 했다. 두 계단 오른 성적은 선수들의 총 연봉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38억2055만원으로 전년도보다 약 10억원이 많아졌다. 큰 폭 상승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더 기대를 모은다. 정규리그 3위(72승2무54패)로까지 약진한 까닭이다. 이미 간판급 선수 4명과의 계약에서 신호탄은 발사됐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인상액은 도합 6억6500만원이다.

김민성[사진=정재훈 기자]

간판급 선수 4명과의 연봉 협상에서 넥센은 거침이 없었다. 남궁종환 부사장은 11월 말 4명의 선수들과 한 차례씩 면담을 가졌다. 협상 테이블이 아니었다. 선수들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남궁종환 부사장은 선수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했다. 김민성의 경우 첫 제시액에 머뭇거리는 반응이 나오자 바로 더 많은 금액을 약속했다.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데는 1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박병호에게는 어느 정도의 금액을 미리 보장했다. 약 2주 뒤 가진 첫 협상에서 박병호는 당시보다 많은 5억원을 제시받았다. 기분 좋게 협상이 매듭지어진 건 당연했다.이를 통해 넥센이 기대할 수 있는 소득은 크게 두 가지다. 내년 시즌 준비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과 선수 전체의 목표의식 고취다. 이와 관련해 일부 관계자들은 다른 구단들이 고민해왔던 부분에 넥센이 묘책을 내놓았다고 입을 모은다. 일반적으로 그동안 구단들은 고액연봉 선수와의 계약을 뒤늦게 마무리했다. 이 때문에 먼저 계약을 끝낸 평범한 성적의 선수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받기 쉬웠다. 동기 부여도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발견된다. 한 구단 관계자는 “누구와 먼저 계약을 맺는다는 것은 꽤 의미가 깊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체 선수들의 사고는 물론 다른 구단의 결정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소속 선수와 어떻게 계약을 맺는지는 그들 몫이나 시장질서가 자칫 깨질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런 측면에서 SK에 높은 점수를 줬다. 최근 도입한 퓨처스 연봉 시스템이다. 내년 연봉부터 2군 리그에서의 성적을 고과에 반영하기로 했다. 그는 “선수 육성이 여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에서 선수들에게 보다 합리적으로 접근, 기량 상승의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고 평했다. 내년 시스템을 적용받는 선수는 23명이다. 이와 관련해 다른 관계자는 “SK 외에도 몇몇 구단들이 연봉 계산에서 다양한 방법을 고민한다”며 “내년 리그 전체 평균 연봉이 적잖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선수들[사진=정재훈 기자]

그렇다고 갈등이 모두 해소되는 건 아니다. 최근 2~3년 사이 선수들의 몸값은 크게 폭등했다. 구단들의 영입 경쟁이 벌어지는 FA 시장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다수 관계자들은 어느덧 연봉 재계약 테이블로까지 흐름이 이어졌다고 입을 모은다.구단들에게는 적잖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한 관계자는 “기형적인 FA 계약이 다음 해에 기준점이 되어버리는 이상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며 “어느덧 연봉 재계약에서까지 비슷한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현 추세대로라면 낮은 자생력의 구단들은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관계자도 ”프로야구 구단들은 메이저리그와 달리 TV 중계권이 없다. 다른 수익 구조도 매우 빈약하다“며 ”갑작스런 몸값 인플레이션은 자칫 10구단의 균형까지 깨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 중인 스포츠 대리인 제도까지 정착한다면 구단들은 더 큰 짐을 떠안게 된다“며 ”그 고통은 구단은 물론 선수들에게까지 전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골프스포츠부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