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발리 패키지, 종합적 경제국익 생각할 때

세계무역기구(WTO)의 159개 회원국 각료들이 지난 3~6일 나흘 동안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협상을 갖고 10개 항의 '발리 패키지'에 합의했다. 주요 내용은 통관절차 간소화를 비롯한 무역 원활화ㆍ농업보조금 축소ㆍ후발개도국 지원 확대 등이다. 발리 패키지는 전 세계적으로 1조달러 규모의 경제부양 효과가 있다고들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경제에는 무역 원활화 조치에 의한 무역비용 감소 외에는 그리 큰 영향을 줄 것 같지 않다. 농업이나 서비스 등 우리나라가 취약한 분야의 추가 시장개방에 관한 내용은 들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발리 패키지는 장기간 교착상태였던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에 돌파구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발리 패키지는 WTO가 1995년 출범한 후 18년 만에 처음으로 회원국 총의로 채택된 합의다. 2001년 DDA 협상이 개시된 뒤로는 12년 만이다. 발리 패키지를 계기로 DDA 협상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되살아날 수 있다. 자유무역협정(FTA) 형태의 각종 양자간 또는 지역별 무역협정 남발에 시달리던 약소국가와 전 세계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피해를 줄이는 데는 FTA보다 WTO가 낫다'는 식의 여론이 강해질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고 DDA 협상의 추동력이 당장 눈에 띄게 회복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분야별 무역자유화에 대한 주요 회원국 간, 선진국ㆍ개도국 간 입장차이가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로서는 경제적 국익을 최대화하고 국내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관점에서 국제사회의 각종 무역자유화 논의들을 빠짐없이 추적ㆍ관찰하면서 필요할 때마다 적시에 적절하게 대응해나가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정부가 지난달 말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TP) 협상에 대한 관심을 공식으로 표명한 것과 지난주에 한국ㆍ호주 FTA 협상을 타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일 것이다. 정부는 양자간ㆍ지역별ㆍ다자간 등 여러 층위에서 동시다발로 전개되는 무역자유화에 대한 대응전략을 종합적으로 재검검해볼 필요가 있다. 당장의 수혜업종인 일부 제조업만 볼 게 아니다. 농축산업 분야에서 예상되는 피해에 대한 방지 또는 구제 대책은 충분한지도 살피고, 취약산업 분야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궁리해야 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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