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삼성그룹의 2014년 임원 인사 코드는 발탁, 여성, 외국인, 경력 등 4가지로 정리된다. 성과 있는 곳에 승진으로 파격적인 보상을 약속하고 상대적으로 승진에서 불리함을 겪던 여성과 외국인의 약진, 그리고 삼성그룹 특유의 순혈주의를 타파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재계는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만큼 임원 승진자가 500명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뚜껑을 열어 보니 지난해 485명보다 줄어든 475명에 불과했다. 임원 승진자 수가 줄어든 것은 금융을 비롯한 비전자계열의 승진 임원 숫자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승진자 수가 지난해와 동일한 226명을 기록했다. 신규 임원 승진은 161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의 신규 임원 승진 규모는 2012년에는 133명, 2013년에는 157명으로 계속 증가 추세다. 삼성전자 내에서도 무선 출신 승진자가 가장 많다. 성과에 대한 파격적인 승진이 단행됐기 때문이다. ◆발탁 승진자 85명, 젊고 역동적인 조직 변화 노려= 올해 발탁 승진자는 85명에 달한다. 예년보다 승진자 수를 줄이는 대신 젊고 역동적인 조직을 위해 파격적인 승진을 단행한 것이다. 발탁 승진 자 중 정보기술(IT)모바일(IM) 부문 출신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혁신적인 제품과 마케팅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며 전 대륙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한 핵심 기여자들에 대한 대발탁이 이뤄졌다. 부사장으로 승진한 이진중 중국영업 전무는 승진연한보다 1년 빨리(1년 발탁) 승진됐으며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하는 박현호 상무는 3년 발탁돼 전무로 승진했다. 박 상무는 지난해 상무로 승진한 뒤 바로 1년 만에 전무로 승진했다. 하드웨어 개발을 맡은 김학상 상무는 2년, 유럽 영업을 맡은 서기용 상무는 1년, 소프트웨어 개발을 맡은 신민철 상무는 2년 발탁돼 모두 전무로 승진했다. ◆대졸 첫 공채 출신 여성, 대거 승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수년 전부터 강조하던 여성 인력도 삼성그룹 전면으로 부상했다. 종전 여성 승진자들 상당수가 경력직, 기술직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올해에는 1992~1994년 입사한 공채 여성 직원들의 임원 승진이 본격화됐다. 1992년 대졸 공채로 입사한 양정원 부장, 1993년 입사한 최윤희, 송명주 부장, 1994년 입사한 연경희 부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모두 상무로 승진했다. 모두 신경영 당시 이건희 회장의 여성 인력 차별 철폐에 따라 삼성그룹으로 입사한 직원들이다. 여성 승진자는 2012년 9명, 2013년 12명, 2014년에는 15명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올해 여성 승진자 중 60%(15명 중 9명)는 발탁 승진이다. 성별을 불문하고 성과와 능력에 따른 승진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여성 승진자 15명 중 12명은 삼성전자 출신이다. 삼성카드 2명, 삼성에버랜드 1명으로 그 외 계열사에선 여성 승진자가 아예 없었다. 이번 인사를 통해 기존 마케팅, 기술뿐만 아니라 경영지원 조직서도 첫 여성 임원이 등장했다. ◆외국인 승진 12명, 역대 최대= 삼성그룹이 글로벌 삼성을 표방하며 시작된 외국인 우수인력의 본사임원 승진도 눈여겨볼 만하다. 지난해 미국 팀 백스터 부사장에 이어 중국 휴대폰 영업 담당을 맡고 있는 왕통 전무가 두 번째 외국인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 네덜란드법인, 스웨덴법인, 미국법인, 구주 휴대폰 판매, 호주법인, 동남아총괄 휴대폰영업, 실리콘밸리연구소, 멕시코공장, 반도체 미국법인 메모리마케팅, 미국 오스틴 연구소 등에서 상무 승진자가 나왔다. 해외 근무 인력 승진도 80명으로 지난해에 이어 역대 최대 수준을 유지했다. 대부분이 삼성전자 출신으로 전체 해외 근무인력 승진자의 73%인 58명이 삼성전자 소속이다. ◆사라져 가는 삼성그룹 특유의 순혈주의= 승진자 중 경력 입사자의 비율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올해 경력 입사자의 승진은 150명으로 지난해 141명 대비 크게 늘어났다. 삼성그룹 내부에 만연해 있던 전통적인 순혈주의를 타파하고 외부 영입인력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회사 미래성장의 근간인 연구개발(R&D), 영업마케팅, 제조 및 기술 부문의 승진은 확대되고 스탭 부문은 상대적으로 축소했다. R&D 부문의 경우 총 120명으로 지난해 105명 대비 큰 폭으로 늘어나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해외 영업 마케팅 부문도 총 24명으로 지난해 17명 대비 7명 늘어났고 제조 부문서는 총 33명의 승진자를 배출해 역시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성과에 대한 파격적인 보상, 특유의 순혈주의 등을 없애고 인사에서 차별이 될 수 있는 부분을 모두 없애고자 한 것이 이번 임원 인사의 특징"이라며 "분명한 인사원칙을 통해 신상필벌을 더욱 명확히 했다"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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