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淸思]복고열풍, 추억만 먹고 사나

[아시아경제 최창환 대기자] 뮤비 '내일은 없어(now)'가 화제다. 현승과 현아 혼성2인조 듀엣인 트러블메이커의 19금 뮤비는 몽환적인 분위기와 역동적인 춤사위로 단숨에 유투브 조회 1천만건을 돌파했다. "우리에게 더 이상 내일은 없어 tell me now now now" 연인을 유혹하는 늘 쓰는 노랫말이다. 엘비스 프레슬리는 '잇스 나우 오어 네버(it's now or never)'에서 "지금이 아니면 영영 기회는 없고 내일은 너무 늦어"라고 꼬신다. 뮤비의 분위기는 로라 브래니건의 셀프 컨트롤(Self Control)과 유사하다. 프렌치 커넥션, 엑소시스트를 감독한 윌리암 프레드킨이 만든 뮤비는 혼음을 상징하는 장면들로 큰 논란을 일으켰다. 내일은 결코 오지 않으니(tomorrow never coms) 이밤을 꽉 채우자는 가사가 역시 들어있다. 내일은 없어(now)가 묘사한 '차속의 정사' '침대위의 세남녀' 장면은 셀프콘트롤보다 수위가 한참 낮다.  내일이 없다는 것은 희망이 없다는 얘기다. 지금도 고달프다는 말이다. 탈출구는 고달픈 현실에서의 일탈이다. 찰라의 욕망과 방종을 통해서라도 모든 것을 잊고 싶다. 직접 하지 못하면 대리만족이라도 해야겠다. 뮤비에 좋아요를 누른 사람은 27일8시현재 128,446명으로 나빠요 13,587명보다 월등히 많다. 많은 사람들은 일탈을 택하는 대신 좋았던 시절을 되돌아 본다. 불만을 달래고 불안감을 해소한다. 응답하라 1994가 케이블tv에서 처음으로 시청률 10%를 돌파하고 무한도전의 복고풍 달력이 역대 최대판매기록을 달성했다. 복고열풍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익숙한 과거에서 안식처를 찾고자 하는 심리를 반영한다.  "모든 예술작품은 그 시대의 아들이며 때로는 우리 감정의 어머니다" 추상미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칸딘스키의 말이다. 올해 개봉해 큰 성공을 거둔 설국열차는 꼬리칸과 머리칸으로 구별되는 2대8 시대의 아들이다. 같은 무렵 개봉한 테러더라이브 역시 2대8의 사회의 거짓으로 일관하는 지배계층을 묘사하고 있다. 가왕 조용필은 그의 노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에서 한마디도 내일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옛일과 지금에 대한 후회와 반성을 노래한다. 그러나 그가 노래한 내용은 희망이다. 여백을 통해 희망을 느낀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스칼렛 오하라는 사랑하는 모든 것을 잃었다. 부모, 자식, 재산, 이웃. 사랑하는 남편마저 떠나버린다. 그러나 다 타버린 대지위에서 스칼렛은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고 희망만은 간직했다.  음악, 드라마, 예능, 영화 등 대한민국의 대중문화 모두가 공교롭게도 희망을 얘기하지 않고 있다. 어설픈 희망을 노래하기 보다는 일탈과 복고를 통해 사람들의 어려운 현실을 어루만지며 달래주는게 낫다고 판단한 듯 하다. 내일이라는 희망을 찾는 것은 과연 누구의 몫일까? 세종=최창환 대기자 choiasia@asiae.co.kr 최창환 대기자 choiasia@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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