四面楚歌…한반도 죄어오는 욕망의 게임

방공식별구역 놓고 韓·中·日 신경전中-日 센카쿠열도 대립도 여전6자회담 관련국, 재개 시점 줄다리기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한반도를 둘러싼 미·일·중·러 등 4대 열강 간의 긴장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한중일 간 방공식별구역 갈등,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추진에 대한 한중 등 주변국의 반발, 한일 간 과거사 및 영토 갈등, 중일 간 센카쿠 열도 대립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오고 있다. 여기에 북핵 문제를 놓고 벌이는 미·북 간의 지루한 줄다리기와 6자회담 재개를 위한 협상, 이 와중에 벌어지는 북한의 도발 등을 감안하면 한반도의 주변 상황은 구한말 국제관계의 갈등 양상 이상이다. 한중일 간 갈등에 기름을 부은 것은 방공식별구역 논란이다. 일본과 중국이 이어도를 방공식별구역에 포함시켰으나 정작 한국은 이어도를 이 구역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한중일 간 갈등은 가장 미묘한 영토 분쟁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다. 물론 방공식별구역이란 국제법상의 강제조항은 아니지만 상징적인 측면에서 한국에는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다.  일본의 집단 자위권 추구는 한국 등 주변국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 집단적 자위권이란 일본이 공격받지 않아도 동맹국 등이 공격받았다는 이유로 타국에 반격할 수 있는 국제법상의 권리를 말한다. 과거 침략 전쟁을 일으켰다가 패전한 뒤 역대 일본 정부는 '국제법에 따라 일본도 집단적 자위권이 있지만 헌법상 행사할 수는 없다'는 헌법 해석을 고수해 왔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이 헌법 해석을 변경,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미국은 일본과 지난달 도쿄에서 외교·국방장관 연석회의인 '미·일안전보장협의위원회(2+2)'를 개최한 뒤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포함한 일본의 방위력 강화 구상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은 군비축소의 관점에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한국이 이에 대해 마땅히 대응할 만한 외교적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악화될 대로 악화된 한일 관계에서 한국의 입지는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도 한일 관계 악화 책임의 무게중심을 일본 쪽에 두다가 지금은 한국에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얼어붙은 한일 관계가 미국의 아시아 정책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불편한 한일 관계의) 책임은 위험한 민족주의자 아베 총리에게 있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지만 최근 들어 그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 간의 갈등도 첨예하다. 센카쿠 열도에 대해 중국은 "원래 중국 영토였는데 청일전쟁 이후 일본이 대만과 함께 강제로 점유했다. 따라서 포츠담선언에 따라 중국에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일본은 "무주물 선점의 원칙하에 일본이 합법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일본 영토"라고 하면서 서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북핵 6자회담을 둘러싼 관련국 간의 의견 차이도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현재 중·러와 북한은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한·미·일은 북한의 비핵화 사전 조치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중국이 최근 들어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백방으로 나서고 러시아도 이에 힘을 보태고 있지만 미국의 완강한 입장에 한일은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국익 다툼 속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는 또 다른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미·중·러 등과의 정상회담을 거쳐 외형상 이들 3대 강대국과 가까워진 것처럼 보이지만 의전을 제외한 실리라는 측면에서 외교적 성과는 미미한 것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이 나온다.  김동수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강국의 움직임은 자국 이해관계에 철저하게 복무하는 형태"라며 "동북아에서 신흥 강자로 부상하려는 중국과 이를 견제하려는 미·일 사이에서 한국 외교가 적절한 스탠스를 잡지 못하면 흔들리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정치경제부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