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15일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전격 사의 의사를 밝히면서 포스코 직원들 사이에서 당혹스러움과 담담함이 교차하고 있다. 청와대에 사의를 밝힌 것을 알려진 정 회장이 지난 8일 열린 이사회에서 거취 문제를 함구하다가 일주일 만에 돌연 사의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오후 5시에 발표된 사의 표명 소식에 대다수 직원들은 "당황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더욱이 정 회장의 이날 동선이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기 때문이다. 정 회장이 이날 오전 포항 제철소에 내려갔다가 오후에 급히 서울로 올라와, 이영선 의사회 의장을 직접 만나 사의를 표명했다. 이 때문에 정 회장을 뒤따라 갔던 임직원들이 언론보도를 통해 뒤늦게 '사의 표명'을 알게 됐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서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정 회장은 지난 6월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 수행단 명단에서 제외되며 사퇴설이 돌았다. 이어 8월 박근혜 대통령과 10대 그룹 총수 회동, 9월 베트남 국빈 방문 경제사절단에 이름이 빠졌다. 그런 상황에서 국세청이 지난 9월 포스코에 대해 특별 세무조사를 벌였다. 언론에서 주기적으로 "정 회장이 청와대에 사퇴를 표명했다"라는 보도도 흘러나왔다. 그럴때마다 포스코는 사실무근이라며 해명을 해왔다.그러나 재계에서 지난 4일 KT 이석채 회장이 전격 사퇴하면서 정 회장도 물러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특히 지난 7일 정 회장이 청와대에 사의 표명을 전달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포스코 직원들은 오히려 담담한 모습이었다. 포스코의 한 직원은 "씁쓸하지만 어느정도 예견했다"고 말했다. 한편에서 포스코가 공기업에서 민간기업으로 전환한 기업이지만 정권이 바뀔때마다 독립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불만도 표출됐다. 한 직원은 "주어진 임기가 있는데도 정권에 따라 최고 경영자가 자주 바뀌고 있다"면서 "이는 태생적 한계"라고 지적했다.특히 정 회장이 10월 제37대 세계철강협회(WSA) 회장에 선출된 뒤 한달만에 사의를 밝혔다는 점에서 국가 이미지 실추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1967년 설립된 세계철강협회는 전 세게 170개 철강사와 협회가 참여하는 철강 분야 권위있는 기구다. 정 회장은 내년 3월 주총까지 세계철강협회장직을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직원은 "세계 철강협회장을 맡고 있는 정 회장이 정치적 이유로 그만뒀다는 게 알려지면 국제적 위신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앞서 정 회장은 이날 이영선 의사회 의장에게 사의를 밝힌 뒤 CEO(최고경영자) 후보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차기 CEO를 선임해줄 것을 요청했다.정 회장은 이날 사의 표명 배경에 외압이나 외풍은 없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자신의 거취를 둘러싼 불필요한 오해와 소문이 회사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이사회를 중심으로 노력해줄 것을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김승미 기자 askm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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