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어제 '기업부실 사전방지를 위한 관련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은행들로 하여금 채권자 입장에서 부실 대기업에 대한 재무구조 감시와 구조조정 압박을 강화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채권금융단 공동감시 대상이 되는 '주채무계열'의 선정기준을 낮추는 한편, 주채무계열 중 부실이 심각하지만 당장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해야 할 정도는 아닌 기업집단을 따로 '관리대상계열'로 지정하여 집중 감시하기로 했다. 금융위 계획대로 관련 규정 개정을 거쳐 내년 2월부터 이 방안이 시행되면 주채무계열은 30개에서 43개 안팎으로 늘어나고, 그 중 3개 정도가 신설되는 관리대상계열로 지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채무계열 기업집단 수는 2009년 45개로 정점을 찍은 뒤로 올해 30개가 되기까지 줄곧 줄어드는 추세였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최근 몇 년간 느슨해진 금융권의 부실기업 관리 고삐를 다시 조이는 의미가 있다. 게다가 재무구조개선약정 미이행 기업에 대해 금리 인상, 경영진 교체 권고 등 추가적 제재수단을 도입한다고 한다. 이런 것까지 고려하면 부실기업 관리 강도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주채무계열 제도 강화만으로 대기업 부실 문제가 풀리는 것은 아니다. 웅진그룹은 재무구조 평가에서 '정상' 판정을 받은 뒤 불과 5개월 만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STX그룹은 채권금융단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은 뒤 1년도 안 되어 부도를 냈다. 동양그룹은 회사채와 기업어음 발행으로 은행채무를 줄여 주채무계열에서 빠져나온 지 3년 만에 무너졌다. 기존 제도 아래서도 금융위를 포함한 금융당국이 감독자 역할을 제대로 하고 시장의 위험증가 징후에 민첩하게 대응했다면 부실 대기업 구조조정이 보다 원활하게 진척됐을 것이다. 이번 조치는 소를 여러 마리 잃고 나서야 외양간을 고친 측면이 있다. 이제라도 부실 대기업 구조조정 수위를 높이겠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금융당국은 제도 틀 안에 안주하지 말고, 시장에서 악성 부실을 걷어내는 일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상호출자 제한 대상 대기업 집단 중 부채비율이 200%가 넘는 데가 11곳, 그 중 당장 구조조정이 필요한 데는 4곳이라고 한다. 구조조정 속도를 높여야 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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