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간제 일자리, 여성ㆍ경력자 어디 갔나

정부의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시간 선택제 일자리'가 시작부터 흔들리고 있다. 공공기관이 내년에 처음으로 뽑는 시간제 일자리가 경력직이 아닌 청년층 신규 채용 중심인 데다 업무도 단순 허드렛일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여성, 고령층 등 경력직이 재취업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표와 거리가 멀다. 질 나쁜 청년층 일자리만 양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할 공산이 커졌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년에 시간제 근로자 채용 계획을 세운 공공기관은 136곳으로 채용 인원은 1027명이다. 그런데 10명 이상 채용 계획을 세운 24개 기관 중 23개가 신입으로 채용할 방침이다. 경력직 채용 의사를 밝힌 곳은 기업은행 1곳뿐이다. 업무도 상담ㆍ접수 및 서비스 응대, 사무지원 등 전문 경력직이 할 수 있는 업무보다는 단순 허드렛일이 대부분이다. 제도의 취지가 무색하다. 시간제에 맞는 새 직무를 찾기보다는 기존 청년 중심의 일자리를 시간제로 돌린 데서 생기는 부작용이다. 시간제 일자리 수가 고졸채용 감소 규모와 비슷하다는 점이 그 방증이다. 공공기관은 내년 고졸채용 인원을 올해보다 579명 줄였다. 채용할 시간제 1027명을 전일제로 환산하면 553명이다. 구조조정 압력을 받고 있는 공공기관들이 고졸채용을 줄이는 대신 시간제를 늘리는 편법을 쓴 셈이다.  정부가 면밀한 검토와 준비 없이 고용률 70%에 맞추려 밀어붙인 탓이 크다. 기재부는 "처음으로 시간제 근무자를 채용하는 것이어서 직무 발굴이 안 돼 있다"며 "현재 전문기관 컨설팅 등을 통해 적합 직무를 발굴하고 있다"고 밝혔다. 적합직무 분석이 이뤄지면 여성, 고령층을 위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가 제시될 것이라는 얘기다. 시작부터 하고 보자는 막무가내식으로, 일의 순서가 바뀌었다.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가 자리 잡으려면 시간 선택이 가능한 모델을 찾는 게 관건이다. 손쉽게 신입으로 채우거나 전일제 일자리를 둘로 쪼개는 식으로는 어렵다. 업종별로 시간제 일자리의 수요를 파악하고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여성, 고령층,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청년층에 걸맞은 직무형태를 개발하는 게 먼저다. 일자리를 나누겠다는 사회적 합의도 중요하다. 공공기관이 시원찮으면 민간기업으로 파급될 수 있겠는가.<ⓒ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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