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은 좁다, TV로 승부하자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중국의 애플'이라고 불리는 샤오미(小米)가 애플을 앞질렀다. 지난 2분기 중국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애플을 추월해 5위에 올라섰다. 이뿐 아니다. 샤오미는 또 애플보다 먼저 지난달에 스마트TV를 출시했다. 애플은 아직 스마트TV를 내놓지 않았고 계획도 공개하지 않았다. 샤오미가 태블릿PC를 건너뛰고 스마트폰 시장과 스마트TV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비자의 손에 들린 스마트폰과 거실에 놓인 스마트TV는 시장이 별개인 것처럼 보인다.
레이쥔 샤오미 최고경영자(CEO)
샤오미의 최고경영자(CEO) 레이쥔(雷軍)은 "스마트TV는 또 다른 컴퓨터고 스마트폰의 액세서리"라고 대답했다고 인터넷 매체 판도데일리가 전했다. 레이쥔은 22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글로벌 모바일 인터넷 콘퍼런스에서 "6~7년 전 휴대전화가 컴퓨터이고 이 컴퓨터에 부족한 부분은 입력 및 출력 장치라고 생각했다"고 들려줬다. 그는 "스마트폰은 자판과 스크린이 작다"면서 "TV를 스마트폰의 대형 출력장치로 삼을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샤오미는 스마트폰을 컴퓨터로 여기는 것처럼 스마트TV를 컴퓨터라는 관점에서 개발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레이쥔은 자신과 샤오미가 스티브 잡스와 애플에 비교되는 걸 꺼린다. 그는 이날 콘퍼런스 대담에서 "성취하려는 과제에서 샤오미는 애플과 매우 다르다"고 말했다. 애플은 고급(high-end) 제품에 큰 마진을 얹어 판매하는 반면 샤오미는 고급 사양(high-spec) 스마트폰을 제조원가에 가까운 가격에 판다고 설명했다. 샤오미는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접근법도 애플과 다르다. 애플은 이용자에게 무엇이 통할지 예상하고 그에 따라서 제품을 개발한다. 샤오미는 이와 달리 이용자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아 매주 금요일에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한다. "우리는 애플보다는 아마존에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레이쥔은 말했다. 레이쥔과 함께 2010년에 샤오미를 창업한 린빈(林斌) 샤오미 회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해 샤오미는 애플과 아마존과 델의 사업 모델을 결합했다고 설명했다. 애플처럼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융합을 추구하고 아마존처럼 소프트웨어 판매를 위해 하드웨어를 싸게 팔며 델처럼 온라인에서만 판매한다는 것이다. 샤오미는 지난 8월 구글의 안드로이드 모바일 운영체계(OS) 개발 부문 부사장으로 일한 휴고 바라를 영입했다. 바라 수석부사장은 샤오미에서 해외 확장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샤오미는 우선 대만이나 홍콩 등 중화권으로 영역을 넓힌 뒤 유럽으로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새 시장에서도 샤오미가 성공할 수 있을까?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근 샤오미가 해외에서는 차이나모바일의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점을 들어 공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샤오미의 중국 내 경쟁력 요인은 여러 전략 외에 가입자 7억명에 이르는 차이나모바일과의 제휴가 꼽힌다. 현재 주요 스마트폰 제조업체 가운데 삼성전자가 차이나모바일과 제휴했다. 애플은 아직 손을 잡지 않았다. '중국의 애플'이라고 불리지만 애플과 다른 전략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샤오미에 대해 증권사 스탠퍼드C. 베른스타인의 애널리스트 마크 뉴먼은 이렇게 평가했다. "파괴적인 힘을 가진 신생회사로, 경쟁구도를 바꿀 잠재력이 있다."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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