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크레인 농성 무대로 옮긴 '고공정원'...부산 형제복지원사건 모티브로 한 '해피투게더'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고용불안, 비정규직, 재개발 뉴타운 등 현실의 문제들을 고스란히 다룬 연극들이 잇달아 무대에 오른다. 척박한 현실을 직접적으로 조망하면서 무대에 올린 작품이 있는가 하면, 비유와 상징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작품도 있다. 22일부터 서울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상영하는 연극 '고공 정원'은 재개발 뉴타운 반대 농성을 벌이는 타워크레인의 모습을 무대로 옮겼다. 이번 농성을 두고 전직 장관, 기자, 시민단체, 수녀, 주민 대표, 타워크레인 기사 부부 등이 등장해 저마다의 입장을 전달한다. 특히 타워크레인을 무대 위에 수직으로 장치해 소극장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파격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6개월간의 고공농성에 지친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최소한의 양심을 저버리고, 숨겨두었던 추악한 탐욕과 욕망을 드러낸다. 타워크레인을 두고 지상과 고공의 괴리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일부러 2층 관객석은 오픈하지 않는다.연극 '구일만 햄릿'은 아예 배우들이 해고노동자들로 구성돼있다. 기타제조업체인 '콜트콜텍'에서 2007년 해고당한 노동자 4명이 2개월의 연습 끝에 무대에 올랐다. 지난 7일과 14일 두 차례의 공연에 이어 22일부터 27일까지 다시 대학로 혜화동 1번지 소극장에서 공연을 가진다. 9일 동안만 공연한다고 해서 이름이 '구일만 햄릿'이다.셰익스피어의 '햄릿'의 대사를 읊으면서도 배우들은 콜트콜텍의 상황을 알리는데 주력한다. 공연 중간중간에 지난 7년간의 투쟁의 기록을 담은 영상물을 상영하고, 무대 중앙에는 다 찌그러진 기타 한대가 덩그런이 놓여져 있다. 햄릿의 숙부인 덴마크왕은 투쟁 당시 사용하던 플래카드를 망토로 삼았다. 제작진은 "콜트콜텍의 상황을 극으로 만들어서 보여주기 보다는 이왕 연극을 만들었으니 연극적인 특성에 보다 충실하게 접근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연극 '해피투게더'는 1987년 부산에서 있었던 형제복지원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부산에 있는 형제복지원은 부랑아 선도를 목적으로 세워진 국내 최대 부랑인 수용시설로, 1987년 직원의 구타로 원생 1명이 숨지고 35명이 탈출한 사건이 발생한 장소다. 당시 형제복지원은 부랑인 선도를 명목으로 역이나 길거리에서 주민등록증이 없는 사람을 끌고 가 불법 감금하고 강제노역을 시켰으며, 저항한 이들을 구타하거나 심지어 암매장했다.연극에서는 무거운 소재를 독특한 연출기법과 춤과 노래, 영상 등을 곁들여 즐겁게 풀어냈다. 제작자 자장영승 대표는 "형제복지원사건은 아직 잊혀지면 안되는 사건"이라며 "이 사건을 재구성해 잊혀져 가고 있는 피해자의 고통과 억울함을 대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11월15일부터 12월15일까지 대학로 아트센터K 동그라미극장에서 상영된다.국립극단의 아리스토파네스 3부작 중 마지막 편인 '새' 역시 한국 사회에 대한 풍자를 담고 있다. 전편인 '개구리'와 '구름'을 통해 박정희 전 대통령과 청년실업, 부동산 부채, 윤창중 성희롱 사건 등을 에둘러 비판했던 국립극단은 이번 '새'를 통해 희극 3부작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새'는 현재사회에 대한 풍자와 조롱을 넘어 인간과 사회의 근원적인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답답한 현실을 벗어나, 새로운 공동체를 이루고자 하는 당시 아테네인들의 환상이 현대 인간들에게도 유효한 것. 국립극단 측은 "지금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극 세편을 연달아 무대에 올리는 것은 혼란스러웠던 2500년 전의 아테네와 2013년 한국사회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22일부터 11월3일까지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 극장에서.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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