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시사 이후 위태위태했던 인도 경제가 한숨 돌리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입을 모은다. 부패, 탈세, 그림자 금융 같은 지하경제 문제가 인도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영국에서 발간되는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인도가 성장동력을 회복하려면 '검은 경제'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최근 지적했다.인도의 지하경제 규모는 1985년 국내총생산(GDP)의 19%에서 2008년 50%까지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도의 지하경제' 저자인 자와할랄 네루 대학의 아룬 쿠마르 경제학 교수는 인도 비공식 경제 규모가 오래 전 GDP의 절반 수준을 넘어섰다고 주장했다.현재 인도 인구 12억명 중 소득세 납부자는 2.9%에 불과하다. 쿠마르 교수는 인도에서 탈세 손실이 연간 14조루피(약 243조7000억원)에 이르며 이로써 해마다 경제성장률 5%포인트가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 최대 재벌인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 회장이 2002년 아버지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으면서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이 역시 인도의 검은 경제 탓이다.인도의 경우 세수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다른 신흥국들보다 낮다. 미국의 싱크탱크 해리티지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의 GDP 대비 세수 비율은 17.7%로 브라질(34.4%), 러시아(36.9%), 터키(32.5%), 멕시코(29.7%)보다 못하다.지하경제가 커질수록 인도의 부패지수는 상승하고 있다. 국제투명성기구(TI)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의 부패지수는 178개국 가운데 94위를 기록했다. 부패·탈세에 따른 경제손실이 늘면서 2007년 GDP의 4.2%였던 재정적자가 지난해 5.6%까지 증가했다.일부에서는 공식 GDP 집계가 지하경제를 반영하지 못하는 통계상 오류도 있다고 지적한다. 사실 인도의 급격한 도시화, 농촌인구 이탈, 임금상승, 산업구조 변화 같은 상황을 정확히 통계화하기란 어렵다.투자은행 크레디스위스의 닐칸스 미스라 애널리스트는 유엔의 권고에 따라 내년부터 바뀌는 새로운 GDP 계산 방식을 적용하면 지난해 4.5%였던 인도의 경제성장률이 15%까지 오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도 국가통계위원회와 중앙은행(RBI)도 새로운 GDP 산정방식을 적용하면 자국의 성장률이 8~10%까지 상향 조정될 것으로 기대했다.그러나 이코노미스트는 인도 정부가 성장률 둔화의 원인으로 통계만 탓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지하경제 규모가 커질수록 정책수단의 효과는 준다. 경기지표 부진과 인플레이션 상승이 겹치면서 RBI의 통화정책 약발이 떨어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이코노미스트는 인도에 만연한 부정부패, 탈세, 조세회피를 척결하고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조언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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