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정감사가 본격 가동되기 시작한 어제 대기업 모임인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동반성장 정책에 대기업이 적극 동참하고 있다는 자료를 내놨다. 같은 날 국정감사 현장에서는 내부거래가 늘어난 재벌 계열사가 많다면서 일자리 나누기 약속이 빈말이 됐다고 대기업을 질타했다. 이명박 정부 때 요란하게 출발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 동반성장, 일자리 나누기 캠페인이 외화내빈의 실체를 드러낸 형국이다.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가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동반성장 추진 실태를 보면 전체의 60.2%가 동반성장 전담조직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49.4%는 최고경영자(CEO)와 임직원의 인사평가에 동반성장 추진 실적을 반영한다고 답했다. 협력사의 역량을 높여야 글로벌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확산된 결과라고 전경련은 해석했다. 조사 결과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기업 규모별 동반성장 참여도의 격차다. 전담조직을 운영하는 기업이 1~100대 기업은 90.0%에 달하지만, 101~200대 75.8%, 201~500대는 32.2%로 뚝 떨어진다. 인사평가 반영도 1~100대 기업은 83%에 이르나 201~500대는 26.3%에 그쳤다. 상위 대기업일수록 동반성장에 적극적이다. 실제 그들은 중소 협력사와의 상생을 실천하고 있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상위 대기업들이 내세운 동반성장은 전시성 내지 대외용이라는 혐의가 짙다. 공정위가 국회에 제출한 대기업 내부거래 추이를 보면 그런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대기업의 일자리 나누기 선언이 있었던 지난해 5대 재벌 계열사들의 내부거래 비중은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난 경우가 적지 않았다. 특히 제일기획(삼성), 이노션(현대), 대홍기획(롯데), SK M&C(SK) 등 광고회사는 대부분 그 비중이 크게 올라갔다. 그렇다면 상위 대기업들이 앞다투어 만들어 놓은 전담기구는 정부의 눈치를 살피고, 국민의 시선을 의식한 생색내기용인가. 영업사원의 폭언이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의 사례는 약자에 군림하는 대기업의 구태가 여전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회사에 전담조직의 간판을 건다고 해서 동반성장이 이뤄지는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의식의 변화와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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