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어제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를 3.8%로 내렸다. 지난 7월에는 종전의 3.8%에서 4.0%로 전망치를 올린 바 있다. 결과적으로 7월 이전의 전망치로 되돌아갔다. 왔다갔다하는 한은의 예측 능력도 따져 볼 문제지만 그보다 더 큰 걱정은 내년도 정부의 세수와 재정이다. 정부는 2014년 예산을 짜면서 내년 성장률을 3.9%로 잡았다. 낙관적 경제전망에도 불구하고 예산안은 큰 폭의 적자로 편성됐다. 복지 예산이 사상 처음 100조원을 넘어서는 등 쓸 곳이 많아진 때문이다. 성장률이 예상에 못 미쳐 세수가 줄어든다면 재정 적자폭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 최근 각 기관이 다투어 내년도 경제전망치를 낮추고 있는 만큼 성장률 추락에 따른 재정악화는 우려를 넘어서 현실화할 공산이 커졌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성장률을 낮춘 배경에 대해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국제기구가 잇따라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신운 한은 조사국장은 "세수는 성장률뿐 아니라 성장내용에 따라서도 좌우된다"고 밝혔다. 해외 여건의 악화로 전망치를 낮췄지만 세수에는 큰 영향이 없다는 주장이다. 중앙은행의 논리치고는 군색하다. 지난 7월 한은이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올릴 때에는 지금과 반대 논리를 폈다.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면서도 국내 전망치는 높였다. 정부가 4% 성장을 낙관하자 한은이 그 눈치를 본 것이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이번에는 내수가 회복세를 주도하니 세수에 영향이 적을 것이라는 식으로 말하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내년도 민간소비, 설비투자, 건설투자 모두 7월 전망치보다 낮췄다. 반면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늦어진다면서도 상품수출은 7.2% 신장할 것으로 내다 봤다. 특히 상반기 4.8%에서 하반기 9.4%로 증가세가 2배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는데 근거가 모호하다. 한은이 정부의 눈치를 보는지는 알 수 없지만 널뛰는 예측에 신뢰도가 떨어진 것은 분명하다. 한은의 경제 예측력보다 더 큰 문제는 대부분의 예측기관이 전망하듯 내년도 한국경제가 기대만큼 살아나지 못할 것이란 점이다. 정부가 잡은 3.9% 성장률은 최고치가 됐다. 그런 전제로 설계한 내년 예산안, 특히 세수 목표를 그대로 놔둬도 괜찮은 것인가. 국회 예산안 심의에서 제대로 따져봐야 할 것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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