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하우스에서] '행운의 여신은 있다' 김세영

김세영은 시즌 3승을 수확하며 골프계 대세로 급부상하고 있다. 사진=박준석 기자(shooterzun@naver.com)

[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요즘 프로골프계의 화두는 김세영(20ㆍ미래에셋)이다.

최종일 홀인원과 이글 등을 앞세워 극적인 역전우승을 일궈내는 만화영화 같은 스토리를 실현한 주인공이다. 2위와는 격차가 큰 상금랭킹 1위(6억3900만원)를 달리며 2010년 데뷔 이후 4시즌 만에 '상금퀸'을 바라보고 있다. 또래보다 생각이 깊고, 작은 키에도 톱클래스의 장타를 날리는, 틀 밖의 김세영을 강원도 평창 휘닉스파크 클럽하우스에서 만났다.

▲ "세상에 이런 일이"= '역전의 여왕'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드라마였다면 '말도 안 된다'며 코웃음 쳤을 극적인 역전 장면이 속출했다. 4월 롯데마트여자오픈에서는 최종 4라운드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219m를 남겨두고 3번 우드로 친 두 번째 샷이 홀 3m 지점에 붙어 '우승 이글'을 완성했다. 생애 첫 우승이 그렇게 시작됐다.

지난달 초 국내 최고 상금 규모의 한화금융클래식(총상금 12억원)에서는 한 술 더 떴다. 유소연(23)에 3타나 뒤져 있던 17번홀(파3)의 홀인원으로 1타 차로 간격을 좁혔고, 18번홀(파5)에서 동타를 만든 뒤 연장혈투 끝에 기어코 우승컵을 더했다. 우승상금이 무려 3억원, 순식간에 상금랭킹 1위가 됐다. 바로 다음주에는 KLPGA챔피언십에서 역전타를 쏘며 2주 연속 우승과 함께 메이저챔프에 등극했다.

홀인원 우승은 사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흔치 않은 사례다. "욕심이 없었기 때문에 (홀인원 당시) 그렇게 흥분되지는 않았다"는 김세영은 "한참을 지나고 나니 '행운이 뭔지,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는지'라는 의문까지 들면서 겸손한 마음이 생겼다"며 도를 깨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기회가 왔을 때 잡는 게 능력이지만 내가 원하거나 의도한다고 해서 올 수 있는 일은 아닌데…"라며 다시 한 번 당시 상황에 흥분했다.

▲ "드라이버 맹연습했더니"= 주특기는 장타다. 드라이브 샷 비거리 부문에서 장하나(21ㆍ269.26야드)에 이어 2위(268.30야드)다. 평범한 체격, 161cm의 골프선수로는 크지 않은 키다. 김세영은 비결에 대해 "타고 났다"고 잘라 말했다. 아버지 김정일(51)씨가 태권도장을 운영했고, 큰 영향을 받았다. 4살 때부터 태권도장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공인 3단에 초등학교 시절에는 태권도 선수까지 지냈다.

"어렸을 때 다진 기초 체력이 지금까지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아마추어골퍼를 위해 장타 날리는 법을 묻자 "선천적 재능이 뒷받침 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근육 운동보다 민첩성과 탄력을 키우는 운동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한다. "빠른 스윙스피드와 정확한 임팩트가 비거리를 내는 동력"이라는 점에서 이론적으로도 일치한다. "단거리 달리기나 줄넘기 등이 좋다"고 덧붙였다.

프로선수들은 대부분 퍼팅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김세영은 여기서도 틀을 깼다. "티 샷을 가장 많이 연습한다"는 의외의 답이 나왔다. "티 샷이 정확해야 다음 샷도 잘 칠 수 있다"며 "물론 우승을 위해서는 결정적인 퍼팅이 들어가야 하지만 처음이 잘 돼야 좋은 퍼팅 위치까지 갈 수 있다"는 지론이다. "샷이 잘 되면 마음이 편안해서 퍼팅도 잘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 고민 많은 20살 = 굵직한 목소리에 머뭇거리지 않는 화통한 말투를 가졌다. "겉으로 보기에는 '와일드하다'는 느낌을 주는데 소소한 생각이 참 많은 편"이라며 "요즘은 나이가 들어서도 뒤지지 않는 파워와 퍼포먼스를 유지하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고 했다. KDB대우증권클래식 첫날 세계랭킹 1위 박인비(25), 디펜딩챔프 박세리(36)와의 동반플레이가 김세영에게는 한 단계 더 성장하는 발판이 됐다.

"선배들의 샷을 보느라 초반에는 내 샷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며 "그날 4오버파나 쳤지만 아쉬움보다는 색다른 경험에 만족했다"고 회상했다. 멋도 부리고 싶고 친구들과의 수다도 고픈 나이다. 김세영은 그러나 "1, 2년 전까지만 해도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게 많았는데 이제는 골프 아니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라며 "(골프선수가 된 걸) 후회한 적도 있었지만 계속하기를 정말 잘했다"며 만족했다.

유명세도 톡톡히 치르고 있다. 경기가 끝나면 사인받고 사진 찍으려는 갤러리가 줄을 선다. 연습장에서는 더하다. 대세는 대세다. 꿈도 원대해졌다. "내년 시즌 직후에는 미국으로 진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올 시즌 상금랭킹 순위로도 내년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4~5개 대회에는 출전할 수 있다. "경험을 쌓은 뒤 연말 퀄리파잉(Q)스쿨에 도전하겠다"는 김세영이 "궁극적으로는 명예의 전당 입성이 목표"라는 포부를 곁들였다.

손은정 기자 ejso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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