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民資)야! 이건 너무 한 거 아니니?

▲민자 국책사업이 주민동의 없이 강행되고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민자 국책사업을 두고 국가와 주민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밀양 송전탑 갈등에서 볼 수 있듯 21세기는 갈등을 어떻게 경영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와 지자체 등 관공서들은 국책사업을 하기 이전에 주민들에게 협조나 동의를 구하기보다 '공사 강행 후 대처'에 무게를 둬 갈등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기도 광주에서 강원도 원주까지 이어지는 제2영동고속도로(이하 제2영동). 총 길이 56.95㎞에 이르는 왕복 4차선 도로이다. 오는 2016년 11월에 개통된다. 최근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데 도로 건설과정에 몸살을 앓고 있다. 민자 국책사업으로 추진되는 이 사업에서 각 공구별로 주민들과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3일 제2영동 2공구 구간인 여주시 산북면 송현리. 주민들이 며칠 전부터 마을 곳곳에 플래카드를 붙이고 있었다. "주거지 코 앞에 레미콘 공장이 웬 말이냐?" "주민에게 한 마디 설명도 없이 강행하는 레미콘 공장 즉시 철회하라!" 등의 문구가 동네 곳곳에 내걸렸다.약 8.7㎞에 이르는 2공구 구간 공사를 위해 송현리 마을 앞에 레미콘 공장과 파쇄야적장이 들어서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국책사업을 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며 "공사가 진행되는 3년 동안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코앞에 레미콘 공장과 파쇄야적장이 들어선다는데 그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조용했던 이 마을에 비상대책위원회인 '환경보전위원회'가 꾸려지고 정부와 여주시, 2공구 시공사인 협성종합건설에 민원을 제기하는 등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2공구 구간에 레미콘 공장과 파쇄야적장이 들어서면서 주민들에 비상이 걸렸다. 주민들을 분노하게 만든 것은 환경과 농작물 피해가 예상되는 이런 공장이 들어서는데도 정부든, 지자체든, 시공사든 주민들에게 설명회는 물론 협조나 동의 절차가 전혀 없었다는 데 있다. 한 주민은 "환경 피해가 뻔히 예상되는데도 누구 하나 우리들에게 설명 한 번 한 적이 없다"며 "정부와 지자체, 시공사가 비밀스럽게 관련 인허가를 내고 공사가 진행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민자 국책사업의 허점을 이용한 시공사의 공사 강행으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에게 돌아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장관 서승환) 광역도시도로과측은 "민자 국책사업이기 때문에 공구별로 이뤄지는 인허가는 지자체가 담당하는 일"이라며 지자체로 책임을 떠넘겼다. 이에 대해 관할 지자체인 여주시(시장 김춘석)는 "정부가 하는 국책사업인데 지자체가 무슨 힘이 있겠느냐"며 책임을 회피했다. 그 사이에 시공사인 협성종합건설은 레미콘공장과 파쇄야적장이 들어서는 해당 농지 지주들과 비밀스럽게 만나 '나라가 하는 사업인데 협조해 달라'는 말을 강조한 채 일사천리로 임대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지주들에게 정확히 어떤 시설이 들어서는지 구체적 설명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지자체가 책임을 서로 떠넘기고 있는 사이 시공사는 자신들이 필요한 농지에 대해 임대를 하고 이를 기초로 여주시와 산북면에 관련 허가신청을 했고 관할관청은 서류 검토 작업만으로 인허가를 내주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산북면 송현리 주민들의 대책모임인 환경보전위원회는 "국가가 나서서 갈등 해결을 위해 노력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정부가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며 "민자 국책사업이라며 민간 기업에 책임을 돌리고 중앙정부는 지자체에, 지자체는 중앙정부에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에 주민들의 고통만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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