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력 떨어지면 찾아오는 불청객-어릴적 수두 앓았다면 걸릴 확률 더 높아 -몸살 증상에 시간 지날수록 수포·통증-예방백신 맞고 환절기 체온관리 신경써야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인간이 느끼는 가장 심한 고통' 10위권에 들 정도로 대상포진으로 인한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인간의 가장 큰 고통이라고 불리는 출산의 통증을 7로 본다면 심한 경우 대상포진 환자들은 이 보다 더한 정도를 느낀다고 한다. 대상포진은 면역력이 떨어질 때 나타난다. 최근 5년간 국내 대상포진 환자 수는 38% 늘어 지난해 57만7000여명을 기록했다. 이중 50대 이상이 절반을 넘을 정도로 중장년층이 위험이 더 노출돼 있어 주의해야 한다. ◆대상포진…면역력 약화된 순간 발생= 대상포진이란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가 소아기에 수두를 일으킨 뒤 몸속에 잠복해있다가 면역력이 약화된 순간 활성화되면서 발생한다. 어렸을 때 수두를 앓았던 사람은 모두 대상포진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어린시절 수두가 완치됐다 해도 수두바이러스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지난 1988년 우리나라에 수두 예방접종이 들어왔고 2005년 필수 예방접종으로 지정됐으니 그 이전에 태어났다면 안심할 수 없다. 국내 대상포진 발병률은 연간 1000명당 0.88~4.8명이지만 노인인구 발병률은 1000명당 7.2~11.8명으로 꽤 높다. 박영민 서울성모병원 피부과 교수는 "어렸을 때 수두를 앓지 않았더라도 감기처럼 다들 한 번씩 지나갔기 때문에 40대 이상에서 90% 가량이 수두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셈"이라며 "최근에는 나이가 들면서 면역력이 떨어지면 발병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병 초기에는 환절기 감기에 걸린 것처럼 온 몸이 으슬으슬 하고 몸살을 앓는다. 하지만 대상포진에 걸렸다면 몸이 가렵고 피부에 수포가 생긴다. 수포는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하고 바늘로 콕콕 찌르는 듯한 통증이 동반된다. 주로 배나 가슴 부위에 증상이 생기고 10~15%는 얼굴, 목 부위에도 나타난다. 단순한 피부질환과 달리 대상포진은 몸의 좌ㆍ우측 중 한쪽에서 '띠 모양의 발진'과 수포가 생긴다. 때로는 가벼운 통증으로 지나가기도 하지만 심한 경우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한다. 주로 면역력이 뚝 떨어지는 50대 이상에서 많이 발생하며, 연령이 높을수록 통증 강도가 세다고 알려졌다. 단기가 과로했거나 과도한 스트레스나 다이어트, 불규칙한 생활 습관으로 인해 젊은 층에게서도 종종 나타난다. 대상포진은 일반적으로 재발하지 않는다고 알려졌지만 국내에서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2.3% 가량에서 재발하고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의 경우 약 10%의 재발률을 보인다. 계영철 고려대 안암병원 피부과 교수(대한피부과학회 이사장)는 "치명적 통증과 신경통 등 후유증을 동반하기 때문에 초기에 피부과 전문의의 전문적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지만 환자 대부분이 초기 증상 발생 시 대수롭지 않게 여겨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예방과 적절한 초기 대응만이 고통을 피하는 길= 대상포진의 극심한 고통을 피하는 방법은 걸리기 전에 막거나 재빨리 초기 대응에 나서는 길뿐이다. 제 때 치료하기 않거나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다양한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 눈 주위를 침범하면 심할 경우 실명할 수 있고, 침범 부위에 따라 안면신경 마비, 뇌수막염, 신경성 방광 등이 우려된다. 특히 피부 병변이 발생하고 3개월이 지나서도 통증이 지속되기도 하는데, 주로 60대 이상의 고령 환자에서 나타난다. 통증이 지속되면 만성 피로, 수면 장애, 식욕 부진, 우울증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이고 삶의 질도 심각히 떨어뜨린다. 대상포진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유아의 경우 수두 예방주사를 접종해준다. 성인은 평소 손을 깨끗이 씻는 등 개인 위생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며 면역력을 높이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특히 환절기에는 체온관리에 각별히 신경쓴다. 우리 몸은 체온이 1℃ 떨어지면 면역력이 약 30% 가량 저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인 역시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받으면 도움이 된다. 한국MSD의 '조스타박스'가 유일한 대상포진 예방백신으로, 우리나라에서는 50세 이상이 접종받도록 허가받았다. 1회 접종하면 되며 60~70%의 예방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 임신부나 활동성 결핵환자 등 백신 성분에 과민 반응이 일어나는 사람은 접종받지 않는다. 미국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는 60세 이상이면 대상포진 예방백신을 접종받도록 권장하고 있다. 현재 미국, 캐나다, 영국에서는 국가백신 사업에 대상포진 예방백신이 포함돼 있다. 만약 피부에 붉은 물집이 생겼다면 72시간 이내에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해야 치료 효과를 높이고 후유증을 줄일 수 있다. 정기양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대한피부과학회 보험이사)는 "면역력을 강화하고 예방주사를 맞는 등 대상포진 예방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면서 "증상이 나타났을 땐 반드시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 올바른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훈 서울특별시 북부병원 내과 과장은 "1988년 이전에 태어난 사람은 수두 백신을 접종받지 않은 경우가 많다"면서 "1988년 이전 세대라면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도움이 되며 상대적으로 면역력이 떨어지는 50대 이상이라면 필수 예방접종으로 생각해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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