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지은 기자]"대학생들이 문제해결력을 키우는 전문가보다 근본적 물음을 제기할 수 있는 지성인이 되기를 바란다. 또한 진정한 통합을 위해선 자신의 생각을 공개적으로 표현해 분열을 일으키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한국에서 유난히 인기가 많은 슬로베니아 출신의 진보적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64)'. 그가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3일간 경희대와 경희사이버대 공동주최로 특강에 나섰다. 첫째 날엔 '인간 동물의 왕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다소 해학적인 제목을 내걸었던 그는 26일 저녁 세 번째 강의에서는 '이데올로기'라는 심각한 주제에 대해 얘기했다. 지젝은 7시반부터 3시간 동안 특유의 열정적인 목소리로 대형 강의실을 가득 메운 청중들을 몰입케 했다. 그는 현대 사회에는 쾌락마저 강요하는 이데올로기가 있다고 지적했다. "내가 느끼는 쾌락이 외부의 이데올로기에 의해 강요된 쾌락이 아닌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진정한 쾌락은 '자발적으로 강렬한 즐거움을 갖는 것'인데 현대인들은 쾌락마저도 학습을 통해 느낀다." 또 고도로 발전한 과학기술로 인해 전지전능한 인간이 되어가고 있지만 결과는 참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간은 점점 과학기술을 통해 신처럼 능력을 발휘하겠지만 이는 오히려 인간 스스로를 제어하게 돼 고립에 빠질 것이다." 그는 이처럼 고립되고 무력한 현대인들에게는 '불교'가 치유책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불교를 통해 '미친 세상'에 대해 거리두기를 할 수 있다. 존재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인 '열반'의 상황에 이르러야 자본주의의 이데올로기가 강요하는 욕망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는 대학생들에게 "자신이 믿는 것을 진정으로 사랑하라"며 "그래야 새로운 것을 보고 행동으로 옮기는 실용적 지성인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반드시 다수를 따를 필요는 없다. 여러분의 생각이 소수의 생각이더라도 공개적으로 말해 다른 사람들을 설득해야 한다."김지은 기자 muse86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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