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공개변론 팽팽히 맞선 노·사

使 “도구적 성격, 좁게 해석 안 하면 기업 도산할 것” vs 勞“인간다운 삶 유지 기준, 막대한 체불임금 반증”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재계와 노동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통상임금의 성격과 범위를 두고 대법원에서 열띤 공방이 펼쳐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대법원장 양승태)는 5일 갑을오토텍 근로자 296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2건의 통상임금 소송에 대해 공개변론을 열었다. 원고인 근로자 측은 정기 상여금 외 여름 휴가비, 개인연금 지원금, 김장 보너스 등 복리후생비 명목으로 지급된 급여도 그 실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고, 원심은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판례 등에 따르면 통상임금은 정기적ㆍ일률적ㆍ고정적으로 지급된 근로의 대가로서, 야간ㆍ휴일 등 초과근로에 대한 수당 및 퇴직금 산정 등의 기준이 된다. 1995년 이후 법원은 명목에 구애받지 않고 그 실질이 근로의 대가에 있는 경우 통상임금의 범위를 넓게 인정하는 경향을 보여 왔지만, 고용노동부는 1998년 마련된 통상임금 산정지침을 고수했고, 그 근거가 시행령 및 예규에만 담겨 구체적 기준에 대한 논란이 지속됐다.이날 공개변론에서는 통상임금의 성격과 범위, 그리고 사용자와 근로자의 협상으로 임의로 이를 정할 수 있는지 여부를 두고 노ㆍ사가 팽팽히 맞섰다. 사용자 측은 통상임금의 성격을 연장근로에 대해 지급할 가산임금을 측정하기 위한 도구라고 설명하며,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범위 역시 1개월 단위로 지급되는 임금 이내로 제한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기 상여금 등의 경우 소정근로가 아닌 총근로의 대가로 근무 일수나 성적에 따라 지급액수 등이 달라질 수 있고, 근로장려나 공로보상 등의 요소도 포함돼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근로자 측은 통상임금의 성격이 초과근로 억제를 위한 기준으로 근로기준법의 취지 역시 이와 같다고 반박했다. 또 통상임금의 인정범위를 1개월 단위로 지급되는 금품으로 제한할 법률상 근거도 없다고 주장했다. 근로자 측은 통상임금 문제가 불거진 배경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의 근로시간과 산재율에 담긴 장시간 노동 문제 및 그간 왜곡된 임금 체계를 거론하며, 정기 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포섭돼 사용자 측의 부담을 가중함으로써 초과근로가 축소되게끔 근로체제가 개편돼야 다수의 근로자들이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용자 측은 경총 조사결과를 인용하며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될 경우 기업들이 안게 될 부담이 38조5000억원에 달해 내수 침체 등 경제에 타격을 입을 것이 전망되므로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근로자 측은 기업의 부담이 있을 것은 인정하면서도 실제적인 규모에 있어 6조원 내지 21조원으로 달리 추산하는 견해를 예로 들며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반박하고, 오히려 그간 정기 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반영되지 않아 누락된 체불 임금 규모가 수백조원에 달할 만큼 사용자 불법 책임이 더 크다는 의미라고 맞받았다. 사용자 측은 또 단체협약 등 노ㆍ사 간의 합의를 통해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했다면 그간 달라진 노사환경으로 대등한 지위에서 협상이 이뤄진 만큼 자율적인 결정으로서 존중돼야 하고 그 결과가 근로자에게 불리하지도 않다고 주장했다. 근로자 측은 그러나 관행에 따라왔을 뿐 정기 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 알았다면 당연히 권리로서 주장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사건은 통상임금을 다루는 소송의 쟁점 대부분이 포함된 만큼 향후 관련 사건 재판 결과 및 노동계ㆍ재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이날 공개변론을 전후로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으로 사회ㆍ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심대하고 관련 견해가 첨예하게 엇갈려 그 의미를 제각기 달리 이해하는 사람들도 많고 노동현장에서 괴리가 생기는 등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며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법적 쟁점을 객관적, 독립적으로 신중하게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앞서 박근혜 대통령이 방미 중 GM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통상임금 문제는 GM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가 갖는 문제"라며 "합리적인 해법을 마련하겠다"고 말해 논란을 부른 바 있다. 이날 근로자 측은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헌법상 삼권분립에 위배되는 언행"이라 지적하며, "대법원 판결이 정치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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