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출구전략, 이머징 시장 금융위기 촉매제 역할…근본적 문제는 신흥국 경제 펀더멘털 취약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양적완화 축소 시사 이후 신흥국 금융시장이 휘청거리고 있지만 이는 미국 탓이 아니라 신흥시장 내부 문제에 기인한 것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신흥국 금융시장은 지난 5월 말 이후 대규모 해외 자금 이탈과 주식 급락, 채권 금리 급등, 통화가치 하락 등 총체적 난국을 겪고 있다. 타임스는 FRB의 양적완화 축소 전망이 신흥시장에 혼란을 불러온 촉매가 됐지만 이에 앞서 이머징 국가들의 경제 펀더멘털이 크게 약화한 게 위기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신흥시장의 취약점을 보여주는 첫째 문제는 경제의 다양성 부족이다. 국가 경제가 성숙기에 접어들면 산업의 다양화와 서비스업의 성장 같은 변화가 일어난다. 이런 변화는 경제 체질을 개선하고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중요하다.그러나 신흥국의 제조업 의존도는 여전히 높다. 이머징 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03년 49%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이후 10년 동안 큰 변화가 없었다.선진국의 경우 GDP 대비 서비스업 비중은 76.5%다. 수출품의 다양성에서도 신흥국은 선진국에 한참 뒤진다. 신흥국의 수출품 목록은 선진국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신흥국 경제의 둘째 문제는 금융시장의 더딘 발달이다. 이머징 국가들의 경우 주식시장과 국채·회사채·은행대출 등을 합한 자본시장 규모가 GDP의 40%에 불과하다. 선진국의 경우 80%다.이머징 국가들의 경제 거버넌스(경영·통치)에도 문제가 많다. 중국은 물론 인도·브라질·터키·이집트에서도 크고 작은 정치·경제 스캔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경제 거버넌스는 단순히 기업에 국한되는 게 아니다. 이는 법치주의, 경제제도의 건전성, 금융시장 개혁 등 다양한 부문에서 정부의 체계적인 경제 운용 능력을 의미한다.그러나 신흥국에는 이런 능력이 결여돼 있다. 이머징 국가들이 각종 정치 혼란과 시위, 더딘 경제구조 개혁 같은 총체적 문제에 직면해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신흥국은 금융시장의 혼란을 초래한 주범이 미국이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신흥시장이 경제 펀더멘털을 개선하지 못하고 과거처럼 외적 성장에만 치우칠 경우 이들 국가를 무너뜨린 경제위기는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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