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신 기자]미국 GM이 만든 캐딜락 자동차는 한 때 '부의 상징'이자 '성공의 잣대'였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캐딜락=성공(富)'이라는 공식이 성립됐다.지금은 이런 공식을 세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70년 넘게 세계 자동차 시장을 호령하던 GM이 몰락의 길을 걷으면서 독일과 일본 차들이 캐딜락 자리를 꿰찼다.GM이 몰락하는데는 여러 요인이 있다.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크게 두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이들은 자신들만의 자동차를 만들었다. GM 경영진들은 나르시즘에 빠져 경쟁업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무엇보다 소비자가 요구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자신들이 만들면 팔릴 것이라는 믿음에 흠뻑 젖어 있었다.호황에 취한 것이 어디 GM 경영진뿐일까. 노조 역시 호황이 영원할 것으로 굳게 믿었다. 이러한 믿음은 이들을 탐욕의 세계로 이끌었다.미국 자동차산업이 호황을 누리던 1950년 전미자동차노조(UAW)는 GM과 디트로이트 협약을 맺었다. 퇴직 후에도 근로자에게 연금을 지급하고 건강보험료 등을 별도로 지급한다는 게 협약의 핵심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말이 안되는 내용이지만 어찌됐든 협약은 체결됐다.과도한 노동비용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회사경영을 갉아먹었다. GM이 1993년 이후 15년간 연금과 건강보험료에 쏟아붓은 돈만 무려 1030억달러에 이른다. 우리 돈으로 115조원이라는 돈이 퇴직 근로자에게 지급된 것이다. 이런 천문학적 금액을 배겨낼 기업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이런 노동자들을 피해 GM 경영진이 궁여지책으로 마련한 방법은 생산시설의 해외이전. 산업공동화라는 재앙이 도사리고 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재앙은 2009년 현실화됐다. 자금 난을 견디지 못한 GM이 파산보호 신청을 했고, 결국 GM은 인공호흡기로 생명을 유지하는 처지가 됐다. 미국의 자동차 본고장인 디트로이트시마저 파산한 상태다. GM은 전 세계 모든 기업에 좋은 교훈이 되는 사례다. 욕심이 지나치면 탐욕이 되고 탐욕은 결국 그 종말을 맞는다.싸구려 자동차를 만들던 한국의 현대자동차가 급성장하면서 GM이 한때 겪었던 파업 등 노조와의 갈등을 겪고 있다. 이미 20년 넘게 매년 이어지는 파업으로 기업은 만성피로증후군에 빠져있다. 어디 기업뿐인가. 국민들 또한 만성피로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현대차 노조는 외부 세력 도움을 최대한 활용하며, 매년 원하는 것을 챙겼다. 늘어간 노동비용은 매년 차값 인상으로 이어졌고, 급기야 수입자동차와 국산차간 가격차이가 근소해졌다.현대차 노조도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알려진 것과 달리, 국민들이 알고 있는 것과 실정은 다르다고 말이다. 그러나 현대차 노조가 무슨 말을 한다고 해도 노조의 주장에 동의할 국민은 그리 많지 않다.진정 현대차 사측이 노조를 탄압하고, 노동력을 착취했다면, 그것을 입증할 충분한 자료가 있다면, 정몽구 회장의 퇴진을 노래하라. 아니라면 GM의 지난날을 되짚어보고 회사의 미래를 먼저 고민해라. 조영신 기자 asch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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