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도 감시…10일간 햇빛 못봤다'
-경매 최대 고비, 사전 연구 시나리오대로 대응
[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10일간 이어진 LTE 주파수 경매에 참여한 이동통신 3사 실무진은 하루 종일 '연금 상태'나 다름없는 생활을 했다. 사운이 걸린 '베팅'이라는 부담도 오랫동안 어깨를 짓눌렀다. 지난달 19~30일 진행된 경매의 최대 분수령은 밴드플랜2 입찰액이 크게 늘어 분위기가 급변했던 4일차와 8일차였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밴드플랜1에, KT가 밴드플랜2에 각각 응찰하는 구도가 흔들리면서 3사 간 전략 균형의 변화도 감지됐다. 이상헌 SK텔레콤 정책협력실장 상무는 "중요한 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사전에 연구해 준비했던 시나리오에 따라 중요한 판단을 미리 하고 (경매에) 임했다"고 전했다. 경매 규칙이 워낙 복잡해 모든 경우의 수를 가정하고 수차례 리허설을 실시하며 대비한 것이 주효했다는 얘기다. 이석수 KT 경쟁정책담당 상무는 "여러 가능성을 생각했고, 많이 맞아떨어졌다"면서 "다만 애초에 만든 시나리오만 갖고 경매에 임할 수는 없었고 각 라운드마다 경쟁사들이 선택한 결과에 따라 신축적으로 대응 방향을 짜거나 변경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박형일 LG유플러스 사업협력담당 상무도 경매 결과에 대해 "준비한 여러 가지 전략으로 예상한 시나리오 중 하나였다"고 밝혔다.이들은 오름입찰 각 라운드에서 주어진 한 시간의 준비시간이 부족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미래창조과학부 경매운영반은 초반에 하루에 여섯 라운드씩 진행했지만 더 빠르게 일곱 라운드 이상 진행했어도 됐을 것이라는 얘기다. 반나절 넘게 지하 경매장에 '갇혔던' 실무진은 경쟁사 관계자들과 마주칠 기회조차 없었다. 경매장인 경기도 성남시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에서는 미래부가 3사 실무진이 들어오고 나가는 시간까지 일정 간격을 두도록 통제했으며, 공항에서 볼 수 있는 투시기와 보안검색대까지 마련해 소지품을 철저히 검사했다. 외부와 연락할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인 현장 상황실과의 통화도 입회인이 두 명씩 들어와 지켜봤을 정도였다. "집에 통화도 못한 채 10일간 햇빛을 제대로 보지를 못했다"는 설명이다.경매 실무진은 진행 상황에 대해 가족에게조차 발설할 수 없도록 함구할 것을 요구받았다. 세 임원은 "경매가 진행되는 동안 사내 상황본부 외에는 다른 직원들도 모를 정도로 철저히 보안이 유지됐다"고 입을 모았다. 점심식사도 나가서 먹을 수 없어 경매운영반이 주문한 도시락으로 대신했다.경매가 끝나고 짐은 벗었지만 홀가분함도 잠시, 본질적인 속도 전쟁을 위해 다시 신발끈을 조여 매고 있다. 연말에는 통신업계와 방송업계가 700㎒ 주파수 대역을 두고 다시 맞붙어야 한다. 이석수 상무는 "못 간 휴가를 이제 가야 하지 않냐고 하는데, 갈 시간이 없다"면서 "고생한 실무진과 뒤풀이 자리를 조만간 갖겠다"고 말했다.김영식 기자 gra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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