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제일모직, 코오롱인더스트리, 엘지(LG) 패션 등 개성공단의 주요 바이어였던 국내 대기업들이 공단 재개를 앞두고 계약을 재개하면서, 중견기업들도 이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31일 세정그룹 관계자는 "개성공단 내 10여개 협력사와의 관계를 회복할 것"이라며 "폐쇄 사태로 인해 가을·겨울 옷 생산을 중국 등 제 3국에서 진행했지만, 이번에 개성공단이 재가동돼 더 이상 해외에서 생산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세정그룹은 '인디안', '올리비아로렌' 등의 브랜드로 잘 알려진 종합의류기업으로, 지난 2008년부터 개성공단과 협력관계를 맺어 왔다. 매출 규모는 5000억원으로, 개성공단 기업 내에서는 제일모직·코오롱·LG패션 다음 가는 큰 바이어로 꼽힌다. 세정그룹은 폐쇄 사태로 인해 생산을 해외로 돌렸으나, 공단 재가동을 계기로 봄옷부터는 기존 협력사에게 맡긴다는 계획이다. 등산복 브랜드 'K2'와 '아이더'를 보유한 중견 의류업체 K2 역시 개성공단과의 거래를 재개한다. K2 관계자는 "개성공단이 열리는 즉시 종전과 동일하게 관계를 유지키로 했다"고 말했다. 스포츠 브랜드 '휠라(FILA)'로 유명한 휠라코리아도 개성공단으로 돌아올 전망이다. 휠라의 협력사인 한 개성공단 기업 대표는 "최근 휠라 측과 상담을 진행한 결과 '오더(주문)를 다시 진행할 예정이니 걱정하지 말라'는 답을 들었다"며 "매출 비중이 가장 큰 휠라가 거래재개 확답을 줘 바이어에 대한 걱정을 크게 덜었다"고 말했다.중견기업 바이어들이 하나 둘 개성공단으로 돌아오는 것은 앞장서서 총대를 메고 나선 대기업들의 역할이 컸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제일모직과 코오롱, LG패션은 개성공단과 거래를 다시 시작하기로 하고 각 협력사들에게 이같은 사실을 알렸다. 개성공단 기업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옥성석 나인모드 대표는 "제일모직 등 대기업들이 패션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보니 이들이 주문을 하느냐 안 하느냐가 중견기업들의 판단에도 영향을 많이 미친다"며 "대기업의 솔선수범으로 자연스레 중견기업도 따라온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코오롱은 개성에 남아 있는 기업들의 물량들도 모두 제값을 주고 사들였으며 제일모직은 나인모드에 가을·겨울옷 1만 벌을 주문해 일거리를 제공하는 등 상생에도 앞장섰다. 대부분의 개성공단 섬유 기업들이 바이어와의 관계 단절로 인해 자금난과 일거리 가뭄에 시달리는 가운데 대기업으로서 모범을 보인 것. 이들의 영향으로 중소형 바이어까지 기존 협력사와 접촉을 시작해 향후 개성공단의 정상가동에 박차가 가해질 전망이다. 한 개성공단 CEO는 "주변에서 옛 바이어들이 개인적으로 접촉하거나 전화를 해 거래재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고 말했다. 한편 남북 당국은 지난 29일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 구성에 합의하고 내달 2일 개성공단에서 첫 회의를 실시키로 해, 빠르면 내달 초 공단이 재가동될 전망이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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