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 새 등기이사로..채권단 잠식률 낮추기 허용아시아나항공, 금호터미널 등과 순환출자 숨통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시험대에 올랐다. 채권단은 경기침체로 자본잠식률이 90%에 육박한 금호산업을 아시아나항공, 금호터미널 등과 엮어 순환출자를 허용했다.채권단은 또 금호산업 박 회장을 등기이사에 선임키로 결정했다. 그룹 정상화 기회가 박 회장에게 재차 주어진 것이다.◇금호산업 순환출자로 '기사회생'= 16일 산업은행 등 금호산업 채권단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인 금호산업과 아시아항공, 금호터미널이 순환출자 구조로 묶인다.정부가 구조조정 기업에 대해 예외적으로 신규 순환출자를 허용키로 하면서 금호산업이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6월말 기준 금호산업의 자본잠식률 89%로 현재 관리종목 대상이며, 자본잠식률이 더욱 높아질 경우 상장 폐지 위기까지 놓인다. 금호산업과 그룹 계열사, 채권단 모두 벼랑 끝에 서 있는 셈이다.이 같은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채권단은 무담보 채권 508억원을 출자전환키로 했다.또 금호산업 자회사(지분율 30.08%)인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790억원 규모 금호산업 기업어음(CP)을 출자전환)토록 했다.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과의 상호출자 관계가 성립된 셈이다.이어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금호산업의 손자회사인 금호터미널에 넘겨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금호터미널→금호산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도를 구축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 금호산업의 자본잠식률은 24%까지 떨어진다.◇자본잠식률 계속 증가할 가능성 배제 못해= 금호산업의 자본잠식률 증가는 아시아나항공의 실적 저하에 따른 지분법 손실이 원인으로 지목된다.금호산업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의 손실에 따라 금호산업의 자본잠식률이 크게 증가했다"고 답했다.아시아나항공은 올 상반기 510억38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화물 실적 악화와 일본발 한국 여객 감소 등이 주요 손실 배경이다. 이같은 영업실적 악화는 3분기 성수기간 반짝 올라섰다가 4분기 또다시 하향 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크다. 금호산업의 자본잠식률이 다시 올라서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순탄치 않을 경영정상화= 채권단의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금호터미널의 순환출자 허용은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두번째 생명을 부여한 것이나 다름없다.채권단이 박 회장을 금호산업 등기이사직에 앉히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모든 책임이 박 회장에게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조치로 풀이된다. 박 회장도 '경영 정상화 실패시 모든 지분 포기'에 동의했다. 물론 박 회장에겐 둘도 없는 기회이기도 하다.하지만 박 회장이 건너가야 할 가시밭길은 아직 많다.우선 산업은행이 내놓은 '순환출자구조 형성을 통한 금호산업의 자본잠식률 축소안'이 우리은행 등 다른 채권은행들이 반길만한 상황인지도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채권단의 적극적인 지원과 후원이 절실하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을 바라보는 채권단의 시선이 따뜻하지만은 않다. 박 회장이 지난 달 24일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자청해서 만난 것도 이같은 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풀이된다.또 그룹의 캐시카우나 다름없는 아시아나항공의 실적 개선이 현재로선 불투명하다.금호산업 역시 전망이 밝지 않다. 부동산 침체 등 금호산업에 주어진 여건이 녹녹치 않다.박 회장이 앞으로 어떤 묘수로 그룹 정상화에 나설 것인지 채권단은 물론 재계가 그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다.순환출자 허용과 관련,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이번 채권단의 경영 정상화 방안을 환영한다"며 "금호산업을 살려내기 위한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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