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가본 행복주택]돈 없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 맞춤형 공간에 도심속 활력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 임대주택은 입주자들에게 자랑스럽기만 한 존재는 아니다. 조금 여유가 있는 계층은 아이가 자라면 떠나간다. 자녀가 결혼을 할 무렵에는 무리를 해서라도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한다고 생각하기 일쑤다. '못 사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이라는 사회적 편견 때문이다. 이른바 '낙인효과'다. 오래된 영구임대주택뿐 아니라 국민임대주택 등에서도 흔히 나타난다. 이들 장기공공임대주택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거나 주거소요가 큰 이들에게 저렴하게 거처를 제공하는 기능을 해왔다. 몇년씩 임대주택을 받기 위해 기다릴 정도로 대기수요가 많은데도 마음 한켠에는 이런 의식이 똬리를 틀고 있다. 서민주거 안정이라는 정책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시켰지만 이런 인식은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행복주택은 이런 의식을 뒤바꿀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학생이나 신혼부부 등 젊은 계층 등을 주요 입주대상으로 하는 등 '맞춤형' 임대단지를 목표로 하고 있어서다. 특히 한걸음 더 나아가 주민들간 삶을 융화할 수 있는 기능과 요소를 결합시킨다. 도심 내 일자리ㆍ문화ㆍ복지ㆍ공공생활의 구심점이 될 수 있도록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행복주택 개념도 착공후 파급효과
◆사람들이 모여드는 주거공간으로…=1960년대 이후 급격한 경제성장 과정을 거치며 사회는 원자화됐다. 이에 도시민들에게는 소외된 삶의 질 향상과 함께 공동체 회복이 시급한 과제다. 주민들간 사회적 상호교류를 보다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상호간의 친밀성과 접촉의 기회를 증대시켜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정부는 행복주택이 이런 커뮤니티의 구심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이에 맞는 시설들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행복주택의 커뮤니티 활성화 방안은 아파트 위주의 공동주택 주거문화 확산에 따른 공동체 의식 단절에 대한 대응방안이기도 하다. 행복주택단지 뿐만 아니라 주변지역의 지역주민을 포함한 지역단위의 커뮤니티를 만들겠다는 목표다. 공연장, 동사무소, 장터, 체육관 등 24시간 활기찬 곳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임대주택 거주자와 주변 지역의 다양한 주택 거주자와의 상호교류가 가능한 공간과 프로그램을 도입할 계획이다.기존 임대주택 단지는 단절된 섬처럼 남아왔다. 주변지역 주민과 동질성을 만들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와 달리 행복주택단지는 자주 방문해서 이용하고 싶은 각종 매력적인 문화시설이나 쇼핑센터 등을 들여놓게 된다. 자연스럽게 지역 주민들의 발걸음을 행복주택으로 이끌겠다는 계획이다.임대주택단지에서 활용되는 커뮤니티 활성화 프로그램은 더욱 강화된다. 주민화합, 주거환경개선, 건강ㆍ운동, 여가ㆍ취미ㆍ교양 교육, 사회봉사활동, 친환경ㆍ재활용ㆍ에너지 절약 등보다 더욱 적극적이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업 등을 유치, 단지 주민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이 함께 참여해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프로그램이 구상되고 있다. 이밖에도 단지 내 및 지역주민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공공시설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쇠락해가는 도시를 되살리는 단지=우리나라의 도시는 급속한 도시화와 산업화로 주택공급 부족 속에서 생활환경은 악화되는 등의 문제를 겪고있다. 한 때는 잘 나갔던 도시공간인 구 도심은 어느새 우중충하고 쇠락한 지역이 되고 말았다.도시정책은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보다 신도시 조성 등 교외지역 개발을 통해 해결했다. 이는 인구 및 도시활동의 분산에 따른 자동차 이용의 확산 및 교통량 증가, 자연환경의 지속적인 훼손과 파괴, 도심지역을 비롯한 기성시가지의 쇠퇴 등 새로운 도시문제를 양산했다. 또 서울을 비롯한 많은 대도시에는 철도역, 선로, 차량기지 등 다양한 형태의 철도부지가 있다. 이런 철도시설은 시설상의 특성으로 인해 도시 단절 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전이나 철거도 어렵다. 소음, 진동 등의 문제로 주거지역으로 부적합한 것으로 인식돼 개발대상에서 배척됐다. 주변에 주로 들어선 숙박업, 유흥업 등으로 인한 부정적 인식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가장 교통이 편리하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매력에 주목해 일본, 프랑스, 독일, 홍콩 등 해외서는 기반시설이 잘 갖추어진 역세권이 도시재생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 교통접근성 측면에서도 크게 매력적이다. 우리나라도 부분적으로 도로부지나 하천부지, 철도부지의 상부에 주상복합아파트나 상업건물을 건설하는 등 입체도시계획이 활용돼 왔으나 크게 제한적이었다. 행복주택은 쇠락한 도심이나 교통입지가 뛰어난 철도부지 등에 활력을 불어넣는 대안이 될 전망이다. 특히 철도부지와 그 주변 낙후지역을 함께 개발하는 입체 도시재생 기법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는 역세권 주변을 비롯한 광역적인 도시재생을 위한 관련법ㆍ제도의 뒷받침이 없었다. 이제는 행복주택 프로젝트를 매개로 도시재생특별법 등이 제정되면서 기반이 만들어졌다.국토부 관계자는 "해외 역세권 도시재생의 특징은 주요시설이 상업기능에 집중되는 국내 민자역사와 달리 주거ㆍ상업ㆍ업무시설과 문화시설ㆍ공공시설 등을 조화롭게 개발한다는 점"이라면서 "이번 행복주택 도입을 통해 이용객과 지역주민을 위한 공공시설을 철저히 확보하는 복합적인 신모델을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박소연 기자 mus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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