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심상치 않다. 유난히 긴 장마로 채소 및 과일값이 껑충 뛰었다. 지방에서는 공공요금이 속속 오른다는 소식이다. 우윳값도 들썩인다. 매일유업은 다음 달 8일부터 1ℓ들이 흰 우유 가격을 2350원에서 2600원으로 10.6% 올린다. 다른 우유회사도 곧 값을 올릴 계획이다. 우유를 원료로 쓰는 빵, 과자, 요구르트 등도 뒤따라 가격이 오를 게 뻔하다. 물가 오름세가 지방 공공요금, 농산물에서 공산품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안전행정부와 통계청이 공동 조사한 '6월 주요 서민생활물가'에 따르면 생활물가는 6개월 사이에 크게 올랐다. 자장면, 삼겹살 등 외식비와 미용료, 세탁료 등 개인서비스, 난방비와 시내버스 및 택시 요금, 쓰레기 봉투 등 지방 공공요금이 지난해 말보다 최고 16%나 뛰었다. 장마로 배추, 시금치, 수박 등 과채류 가격도 급등했다. 게다가 전셋값까지 뛰고 있어 서민 주름살은 깊어져만 간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 눈치다. 물가 상승률이 6월까지 8개월 연속 1%대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반기 물가상승 요인이 있다고 해도 상승률 수준으로만 보면 1~2%대로 예상돼 연간 물가관리에는 어려움이 없다는 입장이다. 지표물가와 체감물가의 괴리를 생각하지 않는 안이한 판단이다. 정부 일각에서는 '물가에 여유가 있을 때 가격을 현실화할 것은 현실화하자'는 말도 나온다고 한다. 현실화의 대상에는 이런저런 공공요금이 오르내린다. 지표 물가가 안정적인 지금 공공요금을 올려놓으면 나중에 물가가 오를 때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데다 공공기관의 경영개선 효과도 볼 수 있으리라는 얄팍한 계산에서다. 서민의 고통을 생각하기보다 행정 편의를 우선하는 자세가 아닐 수 없다. 지표 물가는 디플레이션 걱정이 나올 만큼 낮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서민들은 물가 상승률 1%대를 체감하지 못한다.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고용은 불안하고 쓸 곳은 늘어났다. 서민의 호주머니 사정은 오히려 궁핍해졌다. 물가를 흔드는 환율과 국제 원유가격이 아직은 괜찮은 편이지만 언제 돌변할지 모른다. 지표물가를 놓고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다. 공공요금 현실화를 떠올리기에 앞서 방만한 공기업 경영부터 챙기는 게 정부의 책무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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