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검ㆍ경 수사를 받아오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종학 PD의 유서가 공개되며 강압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 드라마의 역사를 새로 써온 그는 세상에 마지막 남긴 글에서 많은 부분을 검찰을 향한 억울함과 분노를 표출하는 데 썼다. 말은 서로 엇갈린다. 검찰은 처음부터 끝까지 변호인 입회 아래 적법하게 신문을 진행했고 강압 등 문제가 될 만한 소지는 없없다고 해명했다.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도 혐의가 입증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미 고인이 된 김 PD로부터 직접 확인할 길도 없거니와 수사도 중도에 끝마치게 돼 결국 누구 말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환갑을 넘는 한국 최고의 연출자가 죽음을 결심하고 털어놓으려 했던 그 억울한 심정에 대해서는 수사 당국이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검찰 수사에 대한 적잖은 견제장치가 제도화돼 있고, 피의자의 권리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된 지금, 게다가 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받는 인사를 수사할 때 검찰이 강압적으로 조사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해진 적법절차의 규칙을 준수했다는 검찰의 설명도 그대로 믿고 싶다. 그러나 바로 그 '규칙을 지켰으며, 무리한 수사는 없었다'는 해명에 담긴 검찰 자신의 인식과 시각에 혹시 스스로 살펴볼 점은 없는지 묻고 싶다. 그동안 적잖은 이들이 검찰의 수사를 받고 나서 목숨을 끊었다. 최근 저축은행 비리 수사 과정에서도 수명의 피의자가 검찰 조사를 전후해 유명을 달리했다. 현대의 정몽헌 회장처럼 목숨을 끊으면서 검찰에서 받은 '굴욕감'을 토로한 경우도 있었다. 이를 이들이 심약한 탓이었다고 해야 할까?누구든 법대에 세울 수 있는 막강한 '공소제기권'을 가진 검사가 책상 너머에 앉아 있을 때, 설령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조사를 하더라도 검사와 수사관 앞에 앉은 피의자가 느낄 중압감은 엄청나다. 이는 검찰 수사를 받는 것 자체가 일종의 위압감을 준다는 것을 의미하며, 혐의가 입증되지 않은 피의자를 사실상 범죄자로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위압감을 주지 않아도, 위축감을 느끼게 하지 않고도 사건의 진실을 밝힐 수 있는 '능력 있는 검찰'이 됐으면 한다. '절차 준수'를 해명하는 것보다 그런 성찰이 더욱 검찰에 필요해 보인다. 정준영 기자 foxfury@<ⓒ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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