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부시 대통령의 삭발 '60년 전 잃은 딸 떠올리며'

아버지 조지부시, 백혈병 2살 아기 위해 '자진 삭발'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파란 하늘과 초록 정원을 배경으로 28명의 남성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했다. 건장한 체격의 남자들이 모두 민머리 상태로 환하게 웃고 있다. 2살 난 아기를 안고 있는 아흔살 노인도 머리카락 한 올 남지기 않고 삭발한 상태지만 표정만큼은 아이처럼 해맑고 순수하다.조지 H.W. 부시(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이 백혈병을 앓고 있는 아기를 격려하기 위해 스스로 삭발을 감행했다.'패트릭'이라는 이름의 소아 백혈병 환자를 지원하고 있는 단체 '패트릭의 친구들'은 지난 24일(현지시각) 홈페이지(www.patrickspals.org)에 이 사진들을 올렸다.올해로 89세인 미국 제41대(1989~93) 대통령 조지부시는 휠체어에 앉아 무릎 위에 패트릭을 앉힌 채 환하게 웃고 있다. 백혈병 치료로 머리카락이 모두 빠진 2살 아기는 그가 한 때 백악관 주인이었던 할아버지라는 사실을 알 턱이 없다.
패트릭은 조시부시 전 대통령의 비밀경호대원 중 한 명인 존의 아들이다. 존과 한솥밥을 먹는 대원 26명도 패트릭에게 힘을 보태기 위해 자진 삭발에 나섰다.'패트릭의 친구들' 측은 "우리 꼬마가 이번 주엔 유력 인사의 지지를 얻었다"며 "부시 전 대통령을 비롯해 그의 비밀경호대 요원들이 패트릭을 위해 머리를 밀었다. 대통령 내외의 배려와 염려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 사진은 조지부시 전 대통령의 대변인 짐 맥그레스가 자신의 트위터(@jgm41)에 올리고, 이를 팔로어가 92만명 가까이 되는 빌 클린턴(66·42대 1993~2001) 전 대통령이 리트윗하면서 세간에 널리 알려졌다.클린턴은 조지부시 대통령의 사진에 대해 "당신이 한 일을 사랑한다"라고 적였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도 "대단히 존경스럽다"는 멘션을 남겼다.조지부시 전 대통령이 '삭발 캠페인'에 동참한 것은 백혈병 환우 가족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 그는 60여년 전 자신의 두 번째 자녀였던 딸 로빈(당시 4세)을 백혈병으로 잃었다.생존한 전직 미국 대통령 가운데 최고령인 조지 H.W. 부시는 현재 혈관성 파킨슨증후군을 앓고 있다. 고령의 나이에 스스로도 병마와 싸우고 있지만 어린 아기의 투병과 완쾌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삭발까지 감행한 일은 전 미국인은 물론 세계인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조인경 기자 ikj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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