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학교의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학교폭력 뿌리뽑기 힘들다'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새 정부 들어 처음으로 내놓은 학교폭력 대책과 관련, 교육 단체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처벌 위주의 지난 대책에서 벗어나 현장의 예방활동에 중점을 뒀다는 정책의 취지와 달리 기존의 현장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정부는 23일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제5차 학교폭력대책위원회를 열고 관계부처 합동으로 '현장중심 학교폭력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학교폭력 예방프로그램 교육과정에 반영, 학교 내 대안교실 운영, 학교폭력 가해학생 가중조치 등의 방안이 담겨있다. 특히 지난해 논란이 됐던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와 관련해서는 기준을 다소 완화했다. 내년 2월부터는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된 학교폭력 가해 사실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졸업 즉시 삭제된다. 단 가해학생이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변화된 모습을 보일 경우에 한해서다. 그러나 '기재 방침'은 여전히 고수해 논란이 예상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단기적 대응보다는 예방 중심정책 강화, 인성교육 중심의 학교교육 내실화, 학부모 및 사회의 책무성 강화 등이 지난 대책에 비해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하다는 입장이다. 김무성 교총 대변인은 "학교폭력 예방 차원의 대책에 힘쓴 흔적이 보인다. 이런 대책이 지속적으로 어떻게 가시적인 성과를 낼지 꾸준히 점검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학교폭력의 실천적 주체인 교원에 대한 대책이 빠진 부분은 아쉽다는 지적이다. 여전히 교원들의 행정업무가 가중돼있고, 교사 1인이 담당하는 학생 수가 많아 학생 상담을 하는 데도 지장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교총은 "최근 실시한 초중등 교원 상담 실태조사에서 57%의 교원이 수업과 행정업무 부담 때문에 상담을 못하고, 담임교사 60%는 1주일에 한 시간도 학생들과 상담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아무리 좋은 대책도 이런 학급상황에서는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현장 없는 현장대책"이라고 비판했다.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경쟁교육 완화, 학급당 학생 수 감축, 학생과의 만남 시간확보를 위한 학교업무정상화, 치유와 화해를 통한 공동체 회복 중심의 학교 폭력 대책은 온데간데 없다"며 "재탕, 삼탕에 또 다시 알맹이가 빠진 채 변죽만 울리는 대책"이라는 지적이다. 구체적으로 정부가 '어울림프로그램' 등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을 정규교육화한다는 계획에 대해서는 "이미 포화상태에 놓여있는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또 다시 어울림 등 새로운 프로그램이 들어오면 정상적인 자치활동과 동아리 활동은 완전히 실종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학교폭력예방활동을 학교평가와 연계하는 방안과 관련해서는 "평가와 보상을 중심에 둘 경우 자율보다는 타율과 실적내기 강요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학교 폭력 전수 조사 결과에도 드러나듯이 학교 폭력은 심각한 학교 폭력의 경우 줄어들지 않고, 폭력의 양상은 보다 다양화되고 음성화되고 있다"며 "학교의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이런 폭력의 음습화는 지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좋은교사운동은 "예방 교육과 관련해서는 이미 교육부에서 2012년에도 교재를 개발 보급한 바 있다. 그러나 교육과정과의 연관성도 떨어지고, 교사 연수도 제대로 되지 않았고, 컨텐츠도 미흡해 학교 현장에서는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좋아 보이는 것을 다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다소 덜 중요하거나 불필요한 것은 과감히 제거하고 우선순위에 따라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단위 학교 교사 역량 강화가 핵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민서 기자 summe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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