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알루미늄 미스테리…美 상원 청문회에서 바로잡히나

재고 넘치는데도 웃돈 2배로 뛰게 한 금융공학, 비판 여론 들끓어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알루미늄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았고, 저장창고의 재고는 늘었다. 그런데도 맥주회사 같은 알루미늄 수요자는 알루미늄을 제때 확보하지 못해 웃돈까지 지급했다. 미국 맥주협회는 맥주캔용 알루미늄 조달에 2010년 이후 연간 30억달러의 비용을 더 부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서 벗어난 이상한 현상이다. 어떻게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까? 맥주협회를 비롯한 미국 제조업계는 월스트리트의 대형은행들을 배후로 가리킨다고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대형은행들이 이런 시장왜곡을 연출한 방법은 무엇이었나? 전제조건은 규제가 완화된 것이었다. 미국 대형은행들은 2003년 상품시장에서 원자재를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됐고, 이후 원자재 저장 관련 기업에 투자했다. JP모건은 지난 2010년 세계적인 규모의 금속 저장창고 업체 가운데 헨리바스를 인수했다. 골드만 삭스는 같은 해 ‘메트로 인터내셔널 트레이드 서비스’를 사들였다. 미시건주에 본사를 둔 메트로는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인가된 39개 저장창고 중 34개를 운영한다. 알루미늄 재고가 늘자 창고업자들은 알루미늄 소유자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면서 물량을 더 많이 저장해두라고 권유할 수 있었다. 물론 저장 물량 증가로 보관료 수입이 늘어났다. 알루미늄 재고가 늘고 현물 시세가 낮게 형성되자 현물과 선물의 가격 차이가 벌어지게 됐다. 선물 시세가 현물보다 높은 콘탱고 상황에서는 현물을 팔고 선물을 사는 차익거래가 가능하다. 대형은행의 트레이더들이 기록적인 저금리를 등에 업고 차익거래에 나섰다. 차익거래에 따라 가까운 시기에 인도되는 물량이 감소했다. 결국 알루미늄 물량이 넘쳐나는데도 실제로 매수하는 가격은 LME 시세보다 높게 형성됐다. 미국 시장에서 알루미늄 프리미엄은 지난 6월에 파운드 당 12~13센트로 치솟았다. 2010년의 6.5센트에 비해 두 배가 된 것이다. 실물상품 거래와 관련한 금융상품을 통해 10대 은행이 벌어들인 돈은 60억달러에 달한다고 지난 2월 코얼리션이라는 분석회사는 추산했다. 맥주협회 대변인 크리스 소른은 “경직적이고 낡은 규제가 정상적인 수요-공급 원리를 방해하고 있으며 맥주업체를 비롯한 수요업체가 알루미늄을 제때 공정한 시장가격에 확보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 금융당국과 정치권은 은행들의 원자재 시장 참여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19일 은행들의 원자재 현물 거래를 허용한 2003년 결정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정치권도 은행권 압박에 동참했다. 미 상원은 23일 은행들이 앞으로도 계속 광산을 운영하고 금속을 저장하며 원유를 수송하도록 할지를 두고 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백우진 기자 cobalt100@<ⓒ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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