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 공론화委 곧 출범…앞날은 '가시밭길'

원자력, 사용만큼 중요한 뒤처리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시설 곧 포화상태이르면 이달, 늦어도 다음달 공론화위원회 출범범부처협의체는 총리실 산하 별도 운영

[출처 : 산업통상자원부]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가 뜨거운 쟁점으로 다시 떠올랐다. 우리나라의 경우 원자력 발전 비중이 전체의 30%를 차지한다. 이런 현실에서 사용후핵연료 처리장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의 문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국가적 과제라는 뜻이다.이와 관련 정부는 이르면 이달 중, 늦어도 다음 달에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와 함께 범정부협의체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강성천 산업통상자원부 원전산업정책관은 22일 "원전 소재 5개 지역 가운데 4개 지역 대표가 특별위원회에 참여키로 했다"며 "조만간 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공론화 시급한 이유=사용후핵연료 처리가 시급한 이유는 3년 후부터 관련 저장 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르기 때문이다. 사용후핵연료는 3월 말 현재 1만2780t이 발생해 임시 저장 용량 1만7997t의 70%를 넘어섰다. 연간 발생량은 700여t이다. 정부 관측대로라면 2016년 고리 원전을 시작으로 월성(2018년)ㆍ영광(2019년)ㆍ울진(2021년) 원전이 차례로 포화 상태에 놓인다. 임시 저장 시설의 용량을 일시적으로 확충한다고 하더라도 중간저장 같은 별도의 시설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2020년 중후반에는 더 이상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할 공간이 없어진다는 뜻이다. 원자로에서 쓰이고 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처리할 방법이 없다는 것은 원자력 발전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국제사회의 엄격한 통제를 받고 있다.과거 중ㆍ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처분하기 위한 부지 확보에만 무려 19년이 소요됐다는 점은 공론화를 서둘러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정부 주도의 사용후핵연료 관리 사업은 이미 2차례 건설 기한을 연기했고 지난 2004년까지 주민 반대와 지질 부적합 등을 이유로 9차례나 부지 확보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 이후 방폐물 관리 대책을 중ㆍ저준위와 사용후핵연료로 구분했고 2007년부터는 사회적 공론화 절차를 준비해 왔다.

사용후핵연료 관리 방식[출처 : 산업통상자원부]

◆사용후핵연료 어떻게 처리하나=사용후핵연료란 원전에서 전기를 만든 후 원자로에서 꺼낸 연료를 말한다. 사용 전후의 외형상 차이는 없으나 사용후핵연료는 강한 방사선과 높은 열을 방출해 안전한 관리가 필요하다. 사용후핵연료 최종 관리는 크게, 직접처분 또는 재처리 후 처분하는 두 가지 방법으로 나뉜다.해외 사정은 어떨까. 원전을 운영하는 31개국 중 10곳은 직접처분 정책을, 8곳은 재처리 정책을 택했으며 우리나라를 포함한 나머지 13개 국가는 정책 결정을 유보한 상황이다. 정책 유보 국가는 대부분 운영 원전이 10기 미만으로, 23기를 보유한 우리와는 차이가 있다.특히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주요 선진 22개국(71%)은 공통적으로 중간저장 시설을 운영하는 점을 눈여겨볼 만하다. 직접처분 등 장기 관리 대책은 원전 선진국조차 해법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최종 처분 전까지 통상 50년 이상을 저장하는 시설을 이용하는 것이다. 만약 중간저장 시설을 짓는다면 공론화부터 부지 선정, 건설에 이르기까지 최소한 10년이 필요할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또 다른 '에너지 갈등' 시작=정부는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안을 논의할 공론화위원회와 별도로 여러 부처가 참여하는 범부처협의체를 만들어 국무총리실 산하에 두기로 했다. 강 국장은 "공론화위원회는 산업부 단독으로는 역부족"이라며 "미래부, 환경부, 외교부 등 범부처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는 밀양 송전탑이나 경주 중ㆍ저준위 방폐장 건설 이슈가 사회적 갈등으로 번진 점에 비추어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를 시작 단계부터 '갈등 관리'의 관점에서 접근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 관계자는 "사용후핵연료 관리는 지속적인 원자력 발전 뿐만 아니라 이미 발생한 사용후핵연료의 안전 측면에서도 중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김혜원 기자 kimhy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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