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남성의 2.5배
바야흐로 여성시대다. 단순히 여풍(女風)이라고 표현하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사회의 각종 영역에서 이미 여성들은 남성들의 지위를 위협하거나 추월하고 있다. 올해 외무고시 합격생의 60%가 여성으로 채워졌고 금녀의 영역으로 꼽히던 사관학교에서는 여성이 2년 연속 수석 졸업의 명예를 안았다. 20대 여성이 대학진학률에서 또래 남성을 넘어섰다는 것은 뉴스도 아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여성들은 '여성이기 때문에' 남성과는 또 다른 일자리 고민을 안고 있다. 20대 대졸 여성은 괜찮은 일자리를 찾는 문제로, 30대 여성은 일과 양육을 병행하는 문제로 갈등하고 있다. 40~50대 여성은 한 켠에선 저임금과 불완전 고용, 또 한 켠에선 높고 견고한 유리천장과의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한다. 이 모든 현상들이 여성들을 일자리에서 이탈하게 만드는 요인들이다. 우리나라 여성 고용의 실태와 속사정을 5회에 걸쳐 살펴본다.<편집자주>아시아경제 '빅어젠다' 시리즈①[여일하세]여성들이 일하기 좋은 세상 만들자[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2년 전 한 지방대학을 졸업한 신 모씨(여ㆍ28세)는 여전히 백수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취업환경이 여의치 않아 1년 전 서울로 올라왔지만 집세와 학원비로 나가는 돈만 매달 60만원. 여전히 부모님께 손을 벌려야 한다. 최종문턱에서 떨어진 경험이 많아 '조금 만 더 하면 될 것' 같은 마음도 발목을 잡는다. 보다 좋은 곳으로 취업하길 바라는 부모님의 기대도 눈에 밟히긴 마찬가지다. 대학 졸업 후에도 취업하지 못하고 고용시장 주변을 맴돌고 있는 '고학력 백수'가 늘고 있다. 여성들이 특히 심하다. 20대 여성 10명 중 7명이 대학에 진학할 만큼 여성의 교육수준이 높아졌지만 '갈 만한' 일자리가 없어 나타난 현상이다.
수치로 확인해보자. 올해 1분기 20대 고학력 백수는 모두 62만9000명이었다. 고학력 비경제활동인구의 20.4%에 달했다. 이 중 취업을 준비하는 대졸자는 27만9000명으로 4년제 졸업생이 18만8000명이었다. 취업난에 구직을 아예 포기하는 청년도 21만3000명이나 됐다. 고학력 백수는 남성보다 여성이 많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을 하지 않는 20대 남성은 19만명인 반면 여성은 43만명을 웃돌았다. 현대경제연구원 김광석 선임연구원은 "전공이나 경력에 맞는 일자리, 임금수준이나 근로조건에 맞는 일자리가 없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괜찮은 일자리는 줄었고 그 일자리를 원하는 고학력자는 늘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보상심리 때문에서라도 시간을 더 들여 양질의 일자리에 취업하려 한다. 실제로 20대 고학력 백수의 87~90%는 '원하는 임금수준이나 근로조건이 맞는 일자리가 없어' 직장을 구하지 않고 있었다. 김 선임연구원은 "전공, 경력수준이 높은 고급인력이 많이 배출됐지만 이들을 고용시장으로 이끌 흡인력이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취업준비생 10명 중 2명은 30대를 훌쩍 넘길 만큼 취업준비생도 고령화됐다. 고학력자의 일자리 시장 진입이 늦어지는 것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늦어진 취업은 결혼을 미루거나 기피하게 되는 주된 이유로 작용한다. 보건복지부가 전국 남녀 1만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성의 86%가 고용불안정과 경제적인 이유로 결혼을 꺼린다고 응답했다. 평균 초혼 연령은 29.4세로 1년 전보다 0.3세 늦어졌다. 취업 연령이 높아지면서 결혼과 임신까지 잇따라 미뤄지는 악순환이다. 일을 해야 할 청년이 고용시장에서 쓰이지 않고 있는 것은 경제 성장에도 부정적이다.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론적으로는 20대 여성이 처음부터 양질의 일자리에 취업할 수 있도록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면 된다. 그러나 좋은 일자리란 게 말로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전문가들은 학업과 고용의 연계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학에 다니면서 취업준비를 마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광석 연구위원은 "교과과정과 산업을 연계한 시스템을 조성해 '졸업한 취업준비자'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ㆍ중견기업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임금 등 근로조건을 개선해 고학력자를 유인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의 구인난과 청년층의 구직난 미스매치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노동 수요측과 공급측의 연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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