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진으로 세금이 예상보다 덜 걷히면서 정부 재정에 큰 구멍이 나고 있다. 올 1~5월 중 국세청의 세수 실적은 82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9조원 적었다. 올해 국세청의 연간 세수 목표 199조원에 비하면 41%에 불과하다. 5월 말까지의 이런 세수 진도율은 2011년 48%, 지난해 47%는 물론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의 46%보다도 낮다. 이대로 가면 세수 결손이 상반기에만 10조원, 연간으로는 20조원에 이를 수 있다. 세수에 구멍이 나면 정부가 세출예산대로 지출을 하지 못하는 재정절벽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 정부가 이를 피하기 위해 미리 지출을 줄이거나 늦추기 시작한다면 그렇잖아도 부진한 경기가 더 위축될 것이다. 그러면 세수가 더 줄어드는 악순환이 빚어질 우려가 있다. 반대로 경기 활성화를 통해 세수 증대 효과를 거두려고 재정지출을 앞당겨 늘리기도 어렵다. 지금의 경제상황에서는 재정지출의 경기부양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자칫 재정절벽만 재촉할 수 있다. 재정운영이 이런 딜레마에 빠진 이유를 단순히 경기 부진에 따른 세수 감소에서만 찾아서는 안 된다. 정부 경제정책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도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 출범 첫해인 올해 정부는 복지 확대 등 대통령 공약의 실행을 주된 정책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증세 없는 복지'를 철칙으로 삼다 보니 재정수지의 탄력성이 크게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특히 경기가 부진한 경우에 대책이 없게 된 것이다. 게다가 공약사업에 추가로 소요되는 재원을 지하경제 양성화와 비과세ㆍ감면 축소 등으로 조달한다는 원칙이 경기를 억누르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다. 단기간에는 성과를 얻기 어려운 '창조경제'에 정부자금이 집중 배정되고 있는 것도 재정의 경기 대응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정부는 올해 '상저하고'의 경기 흐름을 기대하는 눈치다. 그렇게만 된다면 하반기 들어 세수가 회복되어 예상보다 결손 폭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국내외 경제 여건은 하반기 경기를 낙관하기 어렵게 한다. 정부는 재정수지 추이를 정밀하게 재점검해 보고 늦지 않게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2차 추경과 정책과제 조정, 증세를 포함한 세제 개편 등을 두루 검토해 보라.<ⓒ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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