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영원불멸의 존재, 돌연변이 혹은 괴물이라 불리는 울버린에게도 뜨거운 심장이 있었다. 죄책감에 악몽을 꾸고 위기에 처한 이에게 연민을 품으며, 예기치 못한 순간 사랑에 빠지기도 했다. 오는 25일 개봉하는 '더 울버린'(감독 제임스 맨골드)은 외로운 울버린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힐링극처럼 보인다. 강한 액션이 주가 되던 '엑스맨' 시리즈에 비해 울버린이 단독 주인공으로 나선 이번 작품은 좀 더 드라마틱하다. 그의 내면에 초점을 맞추면서 멜로 라인에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 그렇다고 액션이 약해진 것은 아니니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지난 2000년 시작한 '엑스맨' 시리즈는 전 세계 총 28억불의 흥행 신화를 기록, 할리우드 최고의 블록버스터로 떠오른 바 있다. 휴 잭맨은 총 여섯 편의 '엑스맨' 시리즈에서 울버린으로 등장해 13년간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울버린은 스스로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힐링팩터 능력과 손에서 튀어나오는 날카로운 무기 클로를 이용해 적을 물리치고 자신을 보호한다. 당연히 늙지도 죽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 울버린은 생애 최초로 죽음에 직면하게 되면서 최악의 위기에 처한다. 뿐만 아니라 유령처럼 따라다니는 과거의 고통, 그리고 자신의 존재 자체와도 맞서 싸워야만 한다.
연출을 맡은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국가나 지구를 침략하는 악당이 등장하지 않는, 캐릭터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이 영화의 에너지와 원동력, 드라마는 모두 울버린이 겪는 여정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감독은 처음 원작을 읽고 시나리오를 구상하면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모두 죽을 것이다'라는 한 줄의 메모를 적어뒀다. 이는 울버린 내면 깊숙한 곳의 고통의 원천이기도 하다. 특히 자신의 연인 진 그레이를 죽인 죄책감은 말할 수 없이 크다. 진은 매일 밤 꿈 등장해 그의 목을 죄어온다.이번 작품에서 드라마적 요소 외에 가장 인상적인 것은 기차 위에서의 액션 장면이다. 시속 300km로 달리는 초고속 열차 위에서 울버린과 야쿠자가 벌이는 엄청난 대결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생동감 넘치는 이 장면은 합성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리얼하다. 이 외에도 다양한 장소에서 펼쳐지는 대결 장면은 눈 뗄 수 없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더 울버린'에서 휴 잭맨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하고, 섹시하며 로맨틱하다. 전편들과 비교할 때 가장 치명적인 매력을 뿜어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이번 작품을 위해 6개월 동안 날마다 하루 3시간씩 운동을 하며 신체를 단련했다. 하루 여섯 끼씩 상상을 초월하는 식단 관리를 통해 그는 외형적으로도 더욱 강력한 울버린으로 재탄생했다.
'더 울버린'은 원작의 맥을 따라 일본을 주 배경으로 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일본 여배우 후쿠시마 리라와 오카모토 타오는 모두 유명 모델 출신의 연기자다. 두 사람은 극중 어릴 적부터 친자매처럼 함께 자란 유키오와 마리코를 각각 연기한다. 마리코의 할아버지가 거둬들인 유키오는 남자 못지 않는 무술 실력은 물론 미래를 보는 예지력을 가졌다. 그는 울버린이 죽는 순간을 목격하고 그를 끝까지 지켜내려 노력한다. 후쿠시마 리라의 빨간색 뱅헤어스타일과 뾰족한 턱, 동그란 눈은 매우 동양적이면서도 신비로운 인상을 준다.야시다 가문의 상속녀 마리코는 바람 불면 날아갈듯 여린 몸매를 지니고 있다. 177cm의 장신으로 울버린과 투샷으로 화면에 잡힐 때도 어색하지 않은 모습이다. 오카모토 타오는 파리, 뉴욕 등 패션계에서 촉망받는 모델이다. 연기 경력은 많지 않지만 깊은 눈동자와 안정된 연기력이 실로 놀랍다. 휴 잭맨과 강한 멜로 라인을 그리며 관객들의 눈길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극을 빛내는 또 한명의 여배우는 러시아 출신의 스베트라나 코드첸코바다. 모스크바 출신의 그는 경제학을 공부하던 중 연기자의 길로 들어섰다. 이번 작품에서는 혀를 낼름거리며 치명적인 독을 뿜어내는 바이퍼 역을 맡았다. 길고 날씬한 몸매는 물론 완벽한 팜므파탈 연기가 시선을 끈다.이밖에도 한국계 배우 윌 윤 리(하라다 역), 일본 중견 배우 사나다 히로유키(신겐 역), 야마노우치 할(야시다 역) 등은 묵직한 카리스마와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 연기로 극을 탄탄하게 받쳐줬다. 이번 작품은 울버린과 바이퍼 외에는 거의 모든 배우가 동양인이었지만 어색함 없이 그려져 동서양의 조화가 빛났다는 평이다.한편 진한 로맨스를 품은 설렘 가득한 액션 영화 '더 울버린'은 오는 25일 개봉한다. 유수경 기자 uu84@<ⓒ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대중문화부 유수경 기자 uu84@ⓒ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